계방산▲군락을 이루면 산(山)도 꽃잎을 모은 것처럼 아름답다.

- 언제 : 2006.2.5 07:30~22:10
- 얼마나: 12:19~16:40(4시간 20분)
- 날 씨 : 맑은 날씨,능선에서는 찬바람 조금
- 몇명: 45명
- 어떻게 : 산울림산악회(
http://cafe.daum.net/bssanulim)
▷운두령~1492봉~계방산 정상~윗삼거리~이승복 생가~아랫삼거리

- 개인산행횟수ː 2006-6 [W산행기록-135/P산행기록-277/T623]
- 테마: 눈꽃산행
- 산높이:계방산 1,577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설산에 간다는 것은

내게 있어 눈은 유혹이다.마음의 더러움을 씻는 의식이다.잃어버린 아름다운 추억을 찾는 비밀의 열쇠다.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모멘텀이다.

등산을 하더라도 그 산이 그 산같은 단조로운 매너리즘에 눌려 더 이상 산에 대한 사랑이 권태기로 빠져들때 그 권태기를 탈출하는 좋은 방법은 눈 덮힌 설산에 가는 것이다.

피로로 지친 역마살의 날개깃을 일으키고 깨워서 계방산의 유혹에 이끌린다. 순백의 눈 세상에서 잊혀져가는 추억의 끄뜨머리를 다시 꺼집어내고,맞부딪혀 이미 만들어졌고 다시 만들어질 전투같은 삶의 그늘을 씻을 수 있는 곳으로.....어딘들 눈덮인 설산 풍경이 아름답지 않을까만...그 중에서도 각별한 곳 중 더욱 특별한 곳...그곳이 겨울에만 빛을 발하는 계방산이다.

입춘을 넘겨도 깨끗한 모습으로 앉아, 겨울 내내 머리에 눈을 이고 사는 계방산 비밀의 입구인 운두령에서 능선을 타고 오르며 끝없이 물결치는 백두대간의 음률에 내 몸을 맡겨, 내가 처음 오페라를 들었을때와 똑같은 장중한 전율을 이곳에서 자연의 지휘에 따르며 느끼고자 한다.

계방산 정상에서 산들이 합창하는 우렁찬 울음을,백두대간의 심장 펄떡이는 숨소리를 들으며 군락을 이루면 산(山)도 꽃처럼 아름다움을 느끼는 최적지는 바로 이곳이란 걸 느끼고 싶다.

운두령에 서다

12:19
속사 나들목을 빠져나와 운두령을 향한다. ‘메밀꽃 필 무렵’의 주인공 장돌뱅이들이 나귀를 끌고 봇짐을 진 채
넘나들었든 운두령(雲頭嶺)은 속사천을 따라 구불구불 치달아 오른 곳에 위치하고 있다.


계방산은 남한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높이가 매력이지만 운두령이 1,087M 높이이니 구름은 숨가빠서
쉬어넘어도 산객은 거칠것 없이 접근이 가능하다.


한반도 중부를 거침없이 가로질러 달려온 북서풍은 이곳에서 첫 장벽으로 맞닥뜨린다. 구름 운 자 머리 두 자를 쓴
운두령(雲頭嶺)이란 고개 이름도 필경은 남동풍이나 북서풍과 더불어 툭하면 구름장이 넘나든 데서 연유한 이름일 것이다.
그러므로 계방산 정상 근처는 항상 설화가 피어 있게 마련이다.


운두령 정상. 고갯마루 주차장은 가운데를 갈라 평창군과 홍천군으로 나뉜다. 각각 자기네 땅에
똑같은 모양의 천막 매점을 차려 홍천과 평창의 특산물 따위를 팔고 있다.



백두대간 전망대로

13:23~14:04

스패츠와 아이젠을 착용하고 계방산쪽 폐침목 계단길로 접어들었다. 왼쪽에서 말 그대로 북풍이 불지만
뺨이 약간 시려울 정도이다.바닥은 온통 눈이지만 상대적으로 포근해서인지
나뭇가지들에는 눈이 거의 붙어 있지 않다.


‘운두령 2km, 계방산 1.9km’ 팻말이 선 곳을 지나기까지도 길은 여전히 완경사다. 아름드리로
굵은 굴참나무들이 간혹 서 있지 않았다면 아무리 설경이라도 풍광이 너무 단조로울 뻔했다.



14:07~11
해발 1,400m대의 굵은 능선 위로 올라서자 왼쪽에서 갑자기 매서운 북서풍이 몰아쳤다. 바람을 가려주는
울타리 구실을 하던 북서쪽 저편의 능선들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섰기 때문일 것이다.


구름 한점 없이 날씨가 너무 좋다.대부분의 관목들은 눈이 없으나 산등성이는 온통 하얗다.
작으나마 설원을 이룬 평평한 능선 저편에 불룩하게 물고기 등처럼 부풀어오른 설릉이 보여 정상인가 했으나,
아니다. 거기는 1,496m봉. 봉우리 정상 남쪽 바로 옆을 가로질러 정상쪽으로 길이 뻗어나갔다.

그러나 남한 땅의 중추를 가르며 지나는 백두대간을 한눈에 조망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전망대는 없다.
본디 숲에 들면 산을 보지 못하는 법. 백두대간 속에서는 대간의 튼실한 등줄기를 보기 어려운 법.
백두대간에서 한 발짝 비껴난 이 산 정상에 서면 오대산으로부터 이어지는 능선이 용처럼 꿈틀거리고,
동대산과 노인봉, 황병산, 대관령, 능경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마루금이 파도처럼 일렁인다.



14:19~30

빤히 바라보이는 정상을 쳐다보며 산릉을 걷기 때문에 조바심이 들지 않아 좋다.오르며 가끔 뒤돌아 보니
고도에 따라 조망의 넓이가 달라진다.

산,산,산 그리고 산

14:38~41
정상에 오르니 일망무제 그침이 없다.저곳은 대관령이고 저곳은 선자령이며 저곳은 오대산 하는식으로
세세하게 조망 할 것이 무엇인가? 종합선물 세트를 받았다면 종합선물 세트 그 자체를 하나로 보고 그 자체를 즐기면 그만인 것을...


아! 산 많다.산 밖에 뵈는 게 없네.산들이 군락을 이루면 꽃보다 아름다움에 있어 못할 것이 없다.

14:42~45
정상 이후 동릉은 서릉보다는 좀더 급한 경사를 보이지만 정상 북동쪽 바로 아래의 짤막한 급경사 지점을 지나고 나면 그뿐,
여전히 순한 기복으로 능선이 뻗고 있다. 여기는 응달이라서 눈꽃도 남아있다.20여분 하산하다가 우측으로 급하게 꺽으며
주목 군락이 있는 노동리계곡으로 본격하산길을 잡는다.



청과 백

14:55~14:56
진녹색 주목 군락에 백설이 앉아 겨울에도 푸른 절개와 하얀 백설의 순수함이 너무 잘 어울린다.이렇게 순수의 결정이
계방산을 지키고 있으니 그 아래 사는 사람들의 심성이 맑을 수 밖에 없다.



순수의 아픔

16:11
다소 지루한 하산길에 임도를 만나지만 양옆 쭉쭉 뻗은 나무들의 키자랑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이승복 생가에 다다른다.
안내판에 가족 중 이승복군의 친형인 승원(학관)씨는 당시 15세로 공비에게 36곳이나 찔리는 중상을 입고도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져 공비의 만행을 이웃에 알렸다고 하는 내용에서 몰살된 가족이나 산사람 모두 겪었을 감당하기 힘든
공포가 온몸으로 느껴지며 저물어가는 겨울의 찬바람과 함께 더욱 소름이 돋는다.


한때 36곳이나 칼에 찔린 학관씨가 1달뒤에 조선일보 기자를 만났다는 사실에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말은 조선일보 기자가 조작한 것이라는 설이 돌았다.


조선일보 기자가 조작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백설을 눈으로 마시고 자란 계방산 자락의 9살 어린이라면 "순수"
그 자체라서 생존의 본능으로 위계를 꾸밀정도의 영악함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즉,학교에서 가르친대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했을 것이다.


진실이 추할때 아름다운 건 거짓말 뿐이라고 하지만 9살 어린이가 거짓말을 아름답게 할 나이는 아니지 않은가?
그것도 요즘 세대의 TV를 보고 자란 세대가 아닌 1968년이라면... 만약 그가 지금 살아있다면 이제 49의 나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먼 과거의 사건이 아니다.



 



계방산 산행을 벼르고 있었지만 살다보니 몇번이나 무산되고 이번에 기회가 되어 다녀오게 되었다.
왕복 버스탑승시간이 9시간임에 비하여 산행시간 4시간 남짓은 다소 아쉬웠지만 그동안의 갈증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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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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