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호남 별유천지 비인간 세상에 달을 낳고 키우며


- 언제 : 2006.2.12 07:30~21:20
- 얼마나: 11:30~16:30(5시간)
- 날 씨 : 화창하게 맑은 날,정상에서는 바람
- 몇명: 43명
- 어떻게 : 부산 산정산악회(
http://mysanjung.co.kr)
▷매표소~노래비~바람골~바람폭~천황봉~바람재~베틀굴~구정봉~발봉~도갑사

- 개인산행횟수ː 2006-8 [W산행기록-137/P산행기록-279/T625]
- 테마: 눈꽃산행
- 산높이:월출산 808.7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정월 대보름 월출산으로

오늘은 정월 대보름날이다.과거 이 시기는 대보름에 이르기까지 걸립(乞粒)을 다니면서 마을 전체가 축제의 분위기에 휩싸이다가 농사철로 접어드는 때이며, 마을공동의 신격(神格)에 대한 대동의례·대동회의·대동놀이 등이 집중된 때이기도 하다.오곡밥을 먹고 부럼을 깨 먹고 귀밝이 술을 마시며 저녁에는 달맞이와 달의 빛깔을 보고 풍,흉년의 달점을 치고 쥐불놀이를 한다.

대보름이라는 말을 보듯이 무엇보다 둥근 달에 대한 기원이 서려있다.우리나라 산 중에서 달과 관련된 산중에서 가장 으뜸으로 꼽히는 산이 바로 월출산이니 정월 대보름 월출산을 찾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달을 낳고 키우며

산행지도를 보니 월남리,월봉리,월하리,상월,월비,월산리,월흥리,월평리,월강리,월곡리,월송리 등 월출산 주변까지 모두 달세상이다.

아침에 딸이 "아빠 오늘은 어느 산에 가?"하고 물어서 "달 뜨는 산에 가지"하고 알려주었더니 "달이 안뜨는 산도 있어?"하고 우문현답을 한다.어느 산인들 달이 뜨지 않겠냐마는 영암의 월출산은 많은 예인들이 월출산을 키우고 있다.최초로 한시를 쓴 매월당 김시습은 월출산을 보며 `남쪽 고을에 그림 같은 산이 있으니, 달은 허공에서 뜨지 않고 이 산간에서 오르더라.'라고 했고 고산 윤선도, 시조시인 노산 이은상, 성웅 이순신 등이 노래했고,근간엔 이미자의 `낭주골 처녀', 하춘화의 `영암 아리랑'을 들수있다.아마 우리민족 정서에 맞는 달과 관련된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달 뜨는 장소로 가장 어울리는 장소 중 으뜸으로 보면 된다.

이곳 지명은 영암(靈岩)이다.신령스러운 바위라는 의미이다.영암에서 신령스러운 바위를 찾으려면 월출산에 가면 될 것이다.그래서 영암이라는 지명도 월출산이 낳았다고 본다.

월출산은 영암과 강진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으며 보통 월출사에서 출발하여 도갑사로 내려오는 월출산 종주산행을 하는데 사자봉의 구름다리는 노후에 의한 교체공사로 가 보지 못하고 바람골과 바람폭으로 올랐다.

호남의 금강산

11:38~41
날씨는 포근한 편으로 눈도 많이 녹았다.그러나 응달은 눈이 녹아 다시 얼음이 되어 상당히 미끄럽다.
바람골은 바람이 불지 않아서 제법 땀이 흐른다.바람폭포를 지나 능선에 서기 까지는 가파른 산길이라서
제법 용을 쓰게 만든다.



12:33
고개를 들어보니 기암들의 연봉이 신령스러운 바위덩어리로 채워져 있어 바로 이곳이 금강산이라는 느낌이 든다.
한걸음씩 들어올리는 작업의 결과 능선에 오르게 되고 산성대 방향 산줄기는 그 자체로 연꽃을 닮았다.



12:44~50
천황봉으로 오르는 능선길은 바람이 다소 불지만 주변 경치에 압도되어 힘이 들지 않는다.
초반 부터 절경의 연속에 혼을 빼 놓는다.이곳은 달세상의 정원이다.햇볕과 그늘의 반복은
음과 양의 조화처럼 느껴지고 기암괴석의 연봉을 비추는 싸이델리키한 조명 역할을 충실히 한다.



13:29~33
능선 좌측은 깍아지른 절벽이다.이곳에서 바라보는 사자봉 방향의 암릉도 볼만하다.천황봉 정상 100M 전
안부에서 빠른 식사를 하고 정상에 올라 증명사진을 찍는다.



13:48~14:12
정상을 지나 능선을 타고 구정봉으로 가는 사이 바라보이는 능선들은 하나같이 예술작품이다.


음과 양의 완벽한 조화

14:14~14:22
바람재를 건너며 천황봉을 바라보니 첩첩한 연꽃이 포개진 속에 든 느낌이다.꽃잎 속 수술 사이로
개미들이 이동하듯 산객들의 움직임이 귀엽다.


이 달세상에 남근을 닮은 수술이 보인다.풍수비보 사상을 펼친 난세의 도승 도선국사가 달세상에 비보를 위하여
남근을 도술로 만들어 놓았나보다.



14:46
우측으로 베틀굴 이정표가 보인다.임진왜란 때 이 굴로 피난한 여인들이 베를 짠 곳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굴이 넓지는 않다.
계속 물이 떨어지면서 바위 안쪽을 연마하여 누군가 일부러 조각한듯이 반듯한 모양이다.


강한 햇살에 잘 보이지 않아 약간 굴 속으로 들어가 보니 여성의 음부가 너무 적나라해서 자연이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입구 안내판에 음굴(陰窟), 음혈(陰穴)이라는 말이 있듯이 여성의 음부를 가리키는 말인데
"베틀을 짯다"는 것은 실제적으로 베틀을 짯다는 의미 보다는 "씨줄과 날줄을 엮었다"는 의미의 남여 사랑의 의미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느낌이 든다.굴의 깊이는 10M쯤 되고,바닥에는 항상 음수(陰水)라는 물이 고여있다.
그런데 이 굴이 바라보고 있는 곳은 월출산 주봉인 천황봉 아래에 있는 남근석이어서 "음수" 등 음양의 기묘한 조화에 따른
자연현상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음혈 위로 구정봉이 있다.좁은 굴을 지나 구정봉 정상에 서니 월출산 정상 모습의 파노라마가 한눈에 보인다.
오늘 최고의 전망대라는 느낌이다.


구정봉을 내려오니 안내판이 있는데 완전 성인용 버젼이다. 구정봉은 생명력 강한 여인 아홉으로 다산(多産)과 풍요를
약속하는 웅덩이 9곳에 물이 괴어 있다고 하는데 오늘은 얼음과 눈 상태다.전설은 ‘월출산 구림 마을의 동차진이라는
남자가 구정봉에서 하늘을 깔보는 언행을 하다 옥황상제에게 벼락을 아홉 번 맞고 죽었다’고 돼있다.


어리고 젊은 처첩을 아홉이나 거느리고 이곳에서 방탕한 짓을 벌이다 날벼락을 맞았다는 것인데 주위 풍광은
별유천지 비인간(別有天地 非人間)세계로 나의 경우 처첩을 거느리고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보다는
더운 여름날 이곳에 올라 막걸리를 마시며 달구경이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막걸리 마시는 것조차
방탕한 짓이 되어 날벼락 맞을까 두렵지만....


500미터를 내려가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이 자리 잡은 마애여래좌상(磨崖如來坐像:국보 144호)을 볼수 있는데
시간을 계산해보니 산악회에 민폐를 끼칠까 두려워 그냥 하산하기로 하며 그 쪽 방향을 아쉬움에 계속 쳐다본다.
저기 바위 어디엔가 있을텐데...



15:26
다소 산세의 흐름이 유순해졌다.억새밭을 지나고 미왕재에서서 억새밭을 바라보니 기암괴석의 월출산과는
아쉬운 작별을 할 시간이 되었음을 느낀다.



도선국사와 도갑사

16:13
계곡을 따라 내려오니 청신한 산죽과 푸른 측백나무,동백나무가 맑은 계류와 함께 하산의 지루함을 달래준다.
한참내려오니 도선수미비가 과거에 없던 비각속에 보존되어 있고 바로 옆은 부도밭이다.


도선수미비는 도갑사를 창건한 도선국사와 중창한 수미선사의 행적을 기록한 비로서 규모가 굉장히 크다.
두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물고 하늘을 향하고 있으며 크고 미끈한 거북이가 비석을 지고 고개를 틀어 절 있는 쪽을 보고 있다


월출산을 두고 도선국사를 빼 놓을 수 없다.신라 사람 집 뜰에 오이가 열매를 맺었는데 길이가 한 자 남짓 되어
식구들이 매우 이상하게 생각했다. 마침 이 집 딸이 그 오이를 따 먹었더니 괴이하게도 임신이 되어 달이 차자 아들을 낳았다.
그녀의 부모는 이 아이가 아비 없이 태어난 것을 미워하여 대숲에 버리고 말았다. 여러 날이 지난 뒤에 그 딸이 찾아가보니
비둘기와 독수리들이 그 아이를 날개로 덮어 지켜주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그 이야기를 하니
부모도 이상하게 여겨 데려다 기르게 하였다. 이 아이가 자라서 머리를 깎고 중이 되니 도선이다.
그의 음양지리설·풍수사상은 고려 ·조선 시대를 통하여 우리 민족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훗날 이곳 지명은 "비둘기 숲"이라는 의미의 구림이 된다.



16:25
좀더 내려오니 미륵전이다.미륵전 안에는 보물 89호 도갑사석조여래좌상이 있다.이 불상은 몸체와
광배(光背)가 하나의 돌로 조각되어 있어서 마치 바위에 직접 불상을 새긴 마애불과 같은 기법이다.


조금 더 걸어 내려오니 도갑사인데 내 눈을 의심할 정도다 과거 월출산 아래 고즈녁한 절집은 온데간데 없고
과거보다 10배 정도 규모의 중창불사가 한창이다.누런빛의 5층석탑과는 어울리지 않는 하얀 석등이 대조되고
대웅보전을 비롯한 건물들은 모두 다시 지어져있다.일주문은 사천왕문과 해탈문으로 응급처치되어 있고
일주문은 한참 바깥에 새로 세웠다.과거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것은 석조수조와 해탈문 아래 석조 돌계단뿐이다.달세상에 태양의 신전을 지어놓았다.



 



달은 어디든 비춘다

월출산에서 달을 보려면 구정봉에서 보는 것이 최고로 느껴진다.하지만 부산으로 향해야 하는 상황이니
구정봉이 아니라 월출산 산 근처에서도 보기 어렵다.하산주를 하고 차에 올라 짧은 잠에 취하고 눈을 떠
휴게소 화장실을 찾는데 정월대보름달은 나를 비웃듯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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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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