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산▲억새평원 위로 내리는 싸락눈은얼어버린 눈물인가?


- 언제 : 2007.1.20 (토) 07:30-17:30
- 얼마나:09:30~16:00(6시간 30분)
- 날 씨 :흐림,싸락눈
- 몇명:6명
- 어떻게 :대우증권 경남지역본부 백두대간산악회 동행
▷베네치아산장~육각정전망대~죽림굴~간월재~신불산이정표~전망대암릉~969M 옛공비지휘소
~파래소폭포~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청수골산장~장안사~베네치아산장(원점회귀)

-개인산행횟수ː 2007-3[W산행기록-163 P산행기록-305/T650]
- 테마:근교산행,모임산행

-산높이:신불산(1,159.3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2007년 대우증권 경남지역본부 백두대간산악회 첫 산행이다.산행지는억새군락으로 유명한 신불평원이지만억새를 제대로 감상 할 수 있는 계절이 아니어서 산행지에 대한 기대보다는 오랫만에 만나는 직장 내 동호인끼리의 친목도모가더 큰 의의가 있는 산행이었다.

 

그래서내심 별로 기대하지 않고 떠났던 산행이었지만 남부군 경남도당의 흔적인 옛 공비지휘소가 산재해있었는데 전략적 요충지답게 조망을볼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느꼈다.
공비지휘소와 죽림굴을 같은 선상에서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피난처이며 또한 사주경계를 뚜렷이 할 수 있는 지형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춥고 흐린 날씨에 싸락눈이 누렇게 시들은 억새위로 내리는을씨년스러운 풍경은 이곳이 영남알프스 중에서도 깊은 골짜기와 험준한 산세로 인하여뭔가 으스스한 기운을 지울수가 없었다.그 기운만 아니라면 감추어진 절경지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07:30~09:30
보훈병원이 있는 도로변에서 김대리의 승용차에 픽업되어 대동IC를 지나 양산 T/G를 빠져나와
어곡과 정각산을 넘어 배내골 베네치아산장에 도착한 시간이 08:30분이었다.이후 일행이 모두 모여
반갑게 인사하고 어묵과 동동주로 간단한 아침 요기를 하고 09:30분에 산행을 시작하였다.

 

산행출발지는 베네치아 산장의 매점 왼쪽 나무계단을 오르면 산악회 시그널이 보이고 고정로프가
연결되어 있다.고정로프가 계속 이어지며 설치되어 있을 정도로그만큼 산세는 된비알로 가파른 곳이다.



추위때문에 간단하게 동동주를 한잔 한 것이 이내 숨가쁨으로 헐떡이게 만든다.고정로프를 붙잡고
가파른 경사도 때문에 뒤로 미끄러지는 것을 안간힘을 쓰며 오르는데 절로 한숨이 나온다.산죽으로
덮힌 지그재그 산길을 1시간 힘겹게 오르고 나서야 육각정전망대가 나타나다. 이곳은 옛 공비지휘소
자리이다.이곳에서 보면 영남알프스가 한눈에 들어오고이곳을 점령한 쪽이굉장히 유리한 전략적요충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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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육각정 전망대 2층으로 올라가서 주위를 조망하며 한숨을 돌린다.원동방향의 배내골짜기는 중첩되는
산세사이로 뚜렷이 길이 나있고,우리가 가야 할 신불산의 늠름한 모습도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신불산을 배경으로 기념단체사진을 찍는다.찍는 사람 포함 오늘 산행은 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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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가파른 경사도 때문에 계획한 시간보다다소 지체되는 양상이라서 파래소 폭포로 내려가지 않고 능선을 따라
임도에 도착했다.여기서 주력이 좋은 세분은 간월산 방향으로 A팀을 만들고,나와 다른 두사람은 B팀으로
임도를 따라 간월재에서 만나기로 했다.

 

내가 임도를 따라 가려고 했던 또 다른 이유는 신문에서 보았던 천주교 성지 죽림굴을 보기 위해서였다.
물론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어서 임도를 따라 가다보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으로 임도를 따랐는데
정말 임도 바로 옆에있어서 예상보다는 너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죽림굴 안으로 들어 가고픈 충동도 일었지만 천주교 성지라서 임도에서 굴의 바깥 모습만 바라보고
안으로 들어 가보지는 않았다.

 

안내판을 보면 죽림굴 이곳은 기해박해 당시 천주교 신자에 대해서는 인정 사정 없이 잔혹했던
관아의 손길을 피해 더욱 안전한 곳을 찾던 신자들이 모여 움막을 짓고 토기와 목기를 만들거나
숯을 구워 생계를 유지했던 곳으로재 넘어 간월 쪽에서 포졸들의 움직임이 보이면 100여 명의
신자들은 한꺼번에 넓은 굴속에 숨어 위기를 모면하곤 했다는 곳이다.

 


대나무와 풀로 덮인 낮은 입구 덕분에 동굴에 숨으면 쉽사리 눈에 띄지 않아 박해시대
신자들의 피난처로는 안성맞춤이었다고 한다.김대건 신부와 함께 한국 최초의 방인사제였던
최양업 신부는 이곳에서 약 4개월간 은신하며 미사를 집전했고 1860년 9월3일자로 된
그의 마지막 서한을 썼던 곳이기도 하다.울산 장대벌에서 순교한 아양등(베드로), 허인백(야고보),
김종륜(루가)등 3인의 순교자도 한때 이곳에서 생활했다고 전해진다.

 

 

12:11

지루한 임도를 걸어서 간월재에 도착했다.싸락눈이 세찬 바람에 실려와 사정없이 얼굴을 때린다.
A팀과 다시 합류하여 간이매점에서 라면과 칼국수로 식사를 하고 다시 신불산으로 향한다.

 

13:21

간월재에서 간월산 가는길은 다시 한번 경사도가 가파랐지만 침목으로 잘 정비되어 있어서
크게 무리는 없는 산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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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1

간월산 이정표에 서니 운무에 신불산 정상이 사라져버린다.정상에서의 조망은 물건너 가버리고
이제 전망대 암릉방향으로 하산을 한다.하산길은 싸락눈이 쌓여 다소 미끄러워 조심스러웠고,
이쪽 길은 키작은 잡목의 성가심과 깍아지른암릉때문에긴장을 놓을 수 없는 곳이었다.

 

14:10~15:12

또다른 969m 옛 공비지휘소를 지나 내려오니 올라왔던 골짜기 반대편의 또다른 임도로 내려오게 된다.
40여분간 임도를 따라 하산 한 후 파래소 폭포로 내려왔다.임도에서 파래소폭포로 내려오는 길은
수북한 낙엽과 가파른 경사도 때문에 몇번이나 넘어질 뻔했다.파래소 폭포는 겨울이라 수량이 부족하여
다소 볼품이 떨어졌지만 얼음에 부딪히며 쇳소리가 나서골기마저 없어진것은 아니었다.

 

16:00
파래소 폭포 이후는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된다.곧 이어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이 나오고,좀더 지루하게 길을 따라 내려오면 계곡 건너편 방향으로 다리를 건너장안사방향으로 길을 따르면 아침에 출발했던 장소인 베네치아 산장이 나오면서 오늘의 6시간 반 산행은 마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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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비들의 핏발 선 눈동자가 느껴지고, 죽림굴의 목숨을 담보로 한 천주교 신자들의 신앙지키기가
느껴지는처절한 산행지 위로, 이곳 역사와 어울리는 싸락눈이 내린다.


 

어둑한흐린 날씨에 싸락눈되어 산죽에도 뿌려지고 누렇게 시들었으나 창검같은억새 위로도 쏟아진다.
아무리 세월이 지났지만 오늘같이 싸락눈이 내리는 날에, 핏발 선 그곳을 어찌 유유자적하게
소요(逍遙)만 할 수 있겠는가?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날이다.

 

왕멍의 "나는 학생이다"는 책에 이런 말이 있다. "대지에는 구석이 있을 수 없고,
크게 될 사람은 늦게 이루어지고,큰 소리는 들을 수 없고,큰 형상은 형태가 없다.
(大方無隅; 大器晩(一作免, 似更有道理)成; 大音希聲; 大象無形)"
는 말 그대로 천주교는
세(勢)가 커졌으나,공비의노력은 처절함만 남았고 이제는흔적으로만 남아있다.

 

아마도 그 시대 그 사람들은 "불가능 한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추진(知其不可而爲之)" 한것은 아닐까?
역사로 남아있는인간의 선택 양상은 세월이지나보아야그 결과를 알 수 있다.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현재의 나를 돌아보기 위함이다.과연 나는 지금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을까?
많은 증권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실전매매의 조언을 해보지만언제나 어려운 것이 투자이고
여러방법을 이용해 보지만 결과는 시세에 겸손하게끔 만든다.그래서 혹시 해답은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잠시나마 회의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가는길이 다른 성공한 사람의 결과물로 불가능한것은 아니라는 답이 나와 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인생과 선택의 결과물이고 만약 나의 경우에 한정하여
그것이 불가능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산행을 하는 사람의 한사람으로서
"불가능 한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추진(知其不可而爲之)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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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
,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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