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산▲내가 지금 오르는 산이 가장 아름다운 산이다.



- 언제 : 2007.12.19(수) 11:50~16:00
- 얼마나: 2007.12.19 12:40~15:40(3시간)
- 날 씨 : 맑음
- 몇명: 홀로
- 어떻게 : 자가용 이용
▷대감교-용전마을-용전마을 왼쪽 능선-금동산-용전마을 우측 능선-용전마을(원점회귀)

- 개인산행횟수ː 2007-18[W산행기록-178 P산행기록-320/T664]
- 테마: 근교산행
- 산높이:금동산(琴洞山)463.5m
- 호감도ː★★★


 

오늘은 대선으로 인한 법정공휴일이다.휴일이라서 늦게 일어났지만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은 투표를 한 것이었다.투표하라고 하루를 쉬게 해주는데다가 다음에 정치권에 대고 욕이라도 할려면 기본적으로 투표정도는 해야하지 않겠는가?



투표를 하고 난 후 홀로 근교산행을 떠난다.최대한 단촐하게 행장을 꾸리니 몸이 가벼워서 좋다.카메라도 DSLR이 아닌 콤팩트를 가지고 가니 늘늘한 근교산행이 이토록 좋을 수 없다.



사실 금동산은 그동안 너무 가까워서 가지 못한 산이다.언제든 갈수가 있다는 착각 때문에 미루어 둔 곳이다.



낙동강변을 따라 목가적인 정취가 물씬 풍길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인적이 드물어 길도 흐릿하고 무엇보다 잡목이 많아서 산행내내 성가신 산이었다.



그래도 되돌아보면 산 기슭에 옹기종기 자리잡은 아담한 용전 마을과 태양빛에 빛나는 갈대꽃,그리고 강줄기와 나란히 달리는 너무나도 눈에익은 산줄기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야트막한 산이지만 처음부터 정상까지 계속 오르는 산길에 얕잡아 볼 산은 절대 아니다.김해의 동쪽에 있는 산이라서 금동산인줄 알았는데 한문을 보니 금동산(琴洞山)으로 표기되어 있다.금동산 정상에서 산줄기가 양갈래로 뻗어 내리는데 그 사이에 용전마을이 넓지 않은 전답을 끼고 자리잡고 있다.

 

12:46
산행들머리에 서서 용전마을 바라보니 산으로 둘러쌓여있어 아늑한 느낌이 난다.
용전마을에서 금동산 방향을 바라볼때 좌측 능선으로 붙었다.몇기의 묘가 있는 곳까지는
그래도 길이 뚜렷하더니 갑자기 길이 없어져버렸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는 많은 해석이 뒤따르지만
이 산길에서는 "길을 길이라고 해도 되지만 반드시 길이 아닐 수도 있다"고 해석해야 될 판이다.
이름이야 어떻게 달리 표현해도 좋지만 길의 실체가 길의 모습이 아니라면 그것은 곧 혼돈이다.
잡목을 뚫고 능선까지는 길 아닌 길을 오른다.길을 모르니 길을 내는수밖에...

13:12
능선에 오르고 보니 다소 길의 모습을 갖추었다.등산로라는 리본 하나 없고 오가는 사람 한사람도 없어서
그저 혼자놀기 적당한 곳이다.길이 뚜렷해서 길을 아는 것이 아니고 소나무가 없는 곳이 길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사람들이 다니지 않아서 바닥은 온통 낙엽으로 수북이 쌓여있다.

조망이 별로여서 산 아래도 잘 보이지 않고 언감생심 유장한 낙동강은 보이지도 않는다.

 

13:45
한참을 오른 후 제법 올랐다는 느낌이 들자 멀리 산봉우리와 산그리메가 눈에 들어온다.
오를수록 산길은 더욱 뚜렷해진다.산과 산사이 계곡속에 용전마을이 내려다보인다

14:25
전망이 좋은 곳에서 늦은 식사를 한다.24시간 보온되는 THERMOS 산악용 보온병 (590ml)의
뜨거운 물을 즉석비빔밥에 부어 5분을 기다리니 맛있는 비빔밥이 된다.
빠르게 조리하는 편한식사 때문에 이제 겨울산의 먹거리 걱정도 덜었다.
언제든 배낭만 들면 산행이 가능한 세월이다.

마지막 경사도 가파른 산길을 오르니 산 정상은 한번더 너울진 뒤에 있다.
잡목으로 정상에 서도 조망이 별로이다.

 

14:46
조금 내려 좌측을 보니 낙동강이 보이는데 잡목 때문에 시원스럽지는 못하다.아직 해그름 시간도 아닌데
산의 특성 때문에 제법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고 햇볕이 들어오는 통로를 따라 밝게 빛나는 부분이
마치 물안개처럼 보인다.이 모습이 개인적으로 금동산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기억 될 것 같다.

 

14:57
소나무 사이 능선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좌측 낙동강에서 날려오는 수분의 영향 때문인지 그쪽 방향은
지의류가 길에도 나무에도 녹빛이 뚜렷하다.

15:28
능선을 벗어나 용전마을로 내려오는 길에서 또다시 길이 없어진다.숲속으로 들어오는 빛의 산란이
없었다면 걸리는 잡목에 짜증이 날 만한 길 아닌 길이다.

계곡 속으로 다 내려오고 보니 갈대꽃이 햇살을 받아 하늘거리며 마치 그들만의 무도회장에 온듯하다.
어찌 아름답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 여러가지 단점이 많은 산이지만 그속에 아름다움이
숨어있는 모습이다.그래서 세상의 아름다운 산중에서도 실로 아름다운 산은 내가 지금 있는
이곳의 산인 모양이다.

다시 돌아온 용전마을은 우리네 시골 산골마을의 전형이다.
 

16:34
차를 몰아 부산으로 오는 길에 대동장터에 들러 50년 전통의 할매국수집에서 국수를 먹은 후 대동수문에 앉아
서낙동강의 운치있는 갈대들의 흥겨운 몸짓을 넋을 놓고 바라본다.

 

 

 

 


내가 지금 오르는 산이 가장 아름다운 산이다.

-김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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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
,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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