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림산▲바람같은 자유로움으로 자연의 리듬을 몸으로 체감하는 무심

- 언제 : 2008.4.26 (토) 07:40~21:30
- 얼마나: 2008.4.26 11:40~16:40(5시간)
- 날 씨 : 구름,황사 약간
- 몇명: 27명
- 어떻게 : 부산 가마산악회 동행
▷제암산자연휴암림-제암산철쭉평원-곰재산-사자산-골치-일림산-회령다원
- 개인산행횟수ː 2008-15[W산행기록-194 P산행기록-336/T683]
- 테마: 철쭉꽃산행
- 산높이:일림산
667.5m
-가져간 책:가락국의 후예들,風流
- 호감도ː★★★★


지난주 출사여행 중 보성의 녹차밭에서 본 일림산이 보고 싶어 일요일 산행계획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일 토요일도 산행을 떠난다.



풍류란 바람같은 자유로움과 물같은 융통성을 지니며 자연의 리듬을 몸으로 체감하며 우주만물의 靈과 교감할 줄 아는 일종의 샤만이라고 한다.

 

4월 하순에 자연과 교감한다는 것은 결국 꽃산행이다.성리학은 불교·도교철학을 흡수해 유학을 개혁한 ‘신유학’이라는 기세춘의 성리학개론에 자주 등장하는 태극이무극(太極而無極)이라는 말에서 태극은 음과 양으로 이루어져 있듯이, 신은경의 "풍류 - 동아시아 미학의 근원"이라는 책에서 풍류에 대입하여 음陰은 "한恨"이고 양陽은 "흥"이며 무극개념 비슷하게 무심을 이야기 하고 있다.풍류이무심(風流而無心) 정도로 풀이하면 될려나...

 

꽃은 흥일까? 한일까? 아니면 무심일까? 무리지어 어우러지면 흥일가능성이 높고 꽃잎이 떨어지면 한일 수도 있겠고, 자연과 교감하는 측면을 강조하다보면 무심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풍류에 꽃은 잘 어울리는지도 모른다.시 잘짓고 노래하고 하룻밤 만리장성도 쌓는 말 알아듣는 해어화解語花가 아닌 산에 핀 싱싱한 진짜 꽃,야생 철쭉꽃을 보러갔다.

 

아직 만개는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전혀 아쉬움은 없었다.禪의 세계 혹은 仙의 눈으로 볼 것도 없이 숱한 꽃들의 봉오리만으로도 피어있는 꽃을 상상하기는 수월했기 때문이다.불풍류처 야풍류-不風流處 也風流 풍류 없는 곳에 또한 풍류있다-인데 하물며 산상화원에서 느끼는 그 기운은 넓고도 넓다.

 

 

 

 

11:52~12:49
산행들머리인 제암산 자연휴양림까지 가면서 버스에서 읽은 책은 김병기의 "가락국의 후예들"이었다.
김수로왕을 시조로 모시는 600만 가락성씨 즉, 김해김씨,양천.태인.하양.김해허씨,인천이씨의 뿌리는
하나다.우리나라 인구 8명 중 한명은 가락종친회 소속인 셈이다.

 

가락국의 역사에 대하여 제법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책을 읽어보니 내가 모르는 부분도 상당하였다.
한국 제일의 거성이다보니 인물도 많지만 풍류적관점에서 보면 김일손,김완,김홍도,김상옥,김만덕,
김대건,허준,허균,허련등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김만덕의 소원이 궁궐과 금강산 구경이라고 대답하는 대목이다.모든 재산을 내놓아 굶주리는
천여명의 생명을 살리고 신분을 넘어 자신을 승화시켜 통쾌하게 살다간 인생여정을 보면 과연 피는
못속인다는 느낌이다.가문이 번창하려면 가훈과 가풍이 중요하고 특히 가장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

 

A팀은 제암산에서 일림산까지 운행하고 B팀은 바로 곰재로 올라 일림산으로 가기로 했다.

곰재로 오르다 자연탐방 숲길을 따르는데 오르는 듯 하더니 하산로 같아서 계곡을 따라 개척산행을 한다.
가시가 있고 철쭉들이 아무 구애없이 가지들을 뻗어나가며 한바탕 풍류스럽게 춤이라도 추었는지
막막한데,엉킨 그길을 뚫고 나가니 제암산 철쭉평원이 나온다.













 

12:50~12:56
철쭉평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온통 철쭉밭인데 핀꽃도 일부있지만 아쉽게도 대부분 꽃봉우리 상태로
수줍게 만개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보니 철쭉군락의 면적에 압도당한다.













 

 

12:56~13:25
곰재와 간재를 지나 사자산으로 향한다.소나무 한그루가 꺽이면서도 질긴 생명력으로 목木의 성질 그대로 위로 향한다.
뒤돌아보니 멀리 지나온 길과 제암산의 뾰족한 봉우리가 보이고 곧 사자산이 나타난다.온도는 6도에서 16도 정도여서
산행하기엔 더 없이 좋은 날씨지만 바람이 제법 불어서 체감적으로 약간 찬 기온이 느껴진다.






 



 



 



13:28~13:31
사자산에서 운흥리쪽에 있는 달바우산의 장쾌한 주릉이 눈에 띄는데 약하지만 황사 기운 때문에 멀어질수록
시계가 좋지 않다.시정거리가 짧아서 조망의 아쉬움이 남는다.사자산 이후 골치와 일림산 방향은 좌측으로
급하게 꺽어 내려간다.



















 

14:01
이후 신록 우거진 숲 때문에 조망이 잘 안되어 답답하지만 여전히 산길은 부드러운 육산으로
걸음걸이가 편안하다.

 

15:14~15:30
용추폭이 있는 483.7고지에 오르니 드디어 일림산이 보이는데 일림산도 철쭉들이 봉오리 상태다.
정상에 서니 일림산 정상석은 특이하게도 흙속에 뭍혀있다.상황을 알아보니 삼비산과 일림산의 위치
논쟁이 있은 후 일림산으로 통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보성-장흥 산 이름 논쟁 일단락 2005. 8. 24일[연합신문]

 


"일림산(日林山)으로 통일합니다" -전남 보성군과 장흥군 사이에서 3년여간 논란을 벌였던 산 이름 논쟁은
일림산으로 결정됐다. 전남도는 24일 보성군 웅치면과 장흥군 안양면 경계에 위치한 해발 667.5m의 산 이름
에 대한 지명심의위원회를 열고 일림산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3년여 끌어 온 지명논란에 종지부
를 찍게 됐으며 조만간 중앙지명위원회 심의와 고시를 거쳐 국토지리원 지도에 표기하게 된다.



해발 667.5m라면 내가 가진 지도상의 668m로 기록된 지나왔던 사자산이 일림산으로 통일되었다는 이야기로
보인다.

 



 



 



 



 



 



 



 



 



 



 



 



 



 

15:38~16:44
626.8고지 이후 가끔 햇볕도 구름을 뚫고 나타난다.산아래로 내려오니 광할한 지역이 모두 녹차밭이다.
햇볕이 구름을 뚫기도 하고 가리기도 하면서 순식간에 밝아지기도 어두워지기도 하는데 돌풍같은
바람이 함께 지나기도 한다.













































 

산악회에서 준비한 돼지수육을 안주로 하산주를 하고 부산으로 오는 버스내에서 읽은 책은 신은경의 "풍류"風流이다.
명색이 풍류산행을 지향하는 마당에 학문적으로 접근한 풍류에 대해 접근하는 책이 이미 8년전에 나와 있었음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부끄럽다.

산 철 쭉

김용진


신록이 아름답기로 오늘 같으랴
가뭄 뒤에 단비 내린 날
산 속에 다투어 피어난
하얀 철쭉, 빨간 철쭉
어느 무명 화가의 화폭인가

지나던 발길 예서 멈추니
탄성이 메아리 되어 퍼진다
갈 길 바쁘다던 여인들이
꽃 속에 꽃이 되어 미소지으니
꽃과 여인이 하나로 피어난다

신록 속의 신비요
아름다움의 극치로다
이대로 세월만 가라기엔
너무나 아쉬움만 남아
한 장 차-알-칵 상자에 담는다.


━━━━━━━━━━━━━━━━━━━━━━━━━━━━━━━━━━


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