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역사의 진퇴에는 보통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다(歷史進退, 匹夫有責)

-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일시 : 2009.5.27(일) 17:30~22:30
-.날 씨 :맑음
-.몇명: 3명
-.어떻게: 자가용 이용

▷진영공설운동장-봉하마을-진영공설운동장


 


봉하마을에 노무현 전대통령 빈소에 조문 차 다녀왔다.조금 편하게 다녀 올 방법도 있었다.새벽에 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굳이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특권의식없이 남들과 공평하게, 아니 좀더 힘들게 다녀오고 싶었다.차라리 그렇게 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래서 사람 많은 곳에 가는 것이 싫은 천성을 거스리며 추모인파에 몸을 섞었다.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라는 말이 있다.송나라의 도원이 저술한 불교서적인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에 쓰여 있으며 백척간두(百尺竿頭), 즉 매우 위태롭고 어려운 지경으로 막다른 위험에 놓이게 되었을 때를 의미한다. 1척이면 30.3Cm이고 100척이면 30m이다. 그런 높은 대나무 끝에 간신히 서 있는 사람에게 한 발 더 나아가라고 말하고 있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목숨을 걸 때에 비로소 살 길이 열린다는 뜻이다.

 

그 뿐아니라, 어떤 목적이나 경지(境地)에 도달하였어도 거기서 멈추지 않고 더욱 노력함을 뜻하거나, 충분히 언사(言辭)를 다하였어도 더 나아가서 정묘(精妙)한 말을 추가함을 말한다.

 

살아가는동안 최선을 다했다는 표현을 의외로 자주 쓴다. 힘겨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또는 이제 그만 포기를 하면서 난 그때 최선을 다했노라고 스스로에게 변명아닌 변명을 하며 포기하는 것에 대한 위안을 삼으려 함인지도 모르겠다.

 

선가에서 ‘백척간두진일보하라’는 것은 실제 몸을 던져 죽으라는 의미는 아니다. 집착을 버리라는 것이다. 즉 끝까지 붙들고 놓아버리지 못하는 ‘나’를 버리라는 것이다. 말기암에 걸려서라도 끝내 약물과 기계에라도 의존해 생명을 연장하려고 몸부림칠 만큼 인간이 가장 놓지 못하고 애착하는 것이 우리의 몸뚱이인 것을 생각한다면 몸뚱이를 내던지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결단 중의 하나임에는 틀림 없는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백천간두에서 진일보하였다.무엇보다 타인에게는 너그러우면서도 자신에게는 엄격했던 삶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다.

 

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하였기에 노무현 대통령은 죽었지만 이제 영원히 살 수 있게 되었으며 반대로 대한민국 주류는 살았으나 죽은 것과 마찬가지의 신세가 되었다.

 

비도덕적인 정치인에게는 도덕을 요구하지 않고,스스로 도덕의 잣대를 높여놓은 도덕적 인간에게는 끊임없이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국가에서 벌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민국 검찰은 너무나도 단호하게 "그렇다"라고 보여주었다.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하여 대한민국 299명의 국회의원을 이번처럼 수사한다면 누구 한사람 온전한 사람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학교 선배이기도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병술년 백호대살 해에 태어나고,무진일 백호대살일에 돌아가셨다. 사주에 병丙만 세개가 들어있어서 삼붕격(三朋格)의 사주로 기질적으로 항복을 하지 않고 죽음을 택한다는 '전이불항(戰而不降)의 사주라고 한다. 그래서 항상 그의 정치스타일은 대의 와 정도를 선택하는 정면돌파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강한자에게는 강하고 약한자에게는 항상 자신을 낮추었다.그래서 사저의 지붕 높이도 아예 없애 버렸고 ,죽은 뒤엔 평단(봉분 없이 평평한 무덤)으로 한다고 한다.풍수지리적으로 볼때 지붕의 높이가 없었던 사저는 문제가 있었다는 후문이다.사자봉이라는 청룡의 깍아지른듯한 산세에 그대로 눌려 버린듯한 집이 되어 버린 것이다.

 

고(故) 노무현(63) 전 대통령은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상고졸업, ‘인권변호사’, ‘정치인 스타’, ‘대통령’을 지낸 우리사회 비주류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이번에 대한민국 주류들이 출세한 비주류에게 보내는 가혹하면서강력한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주류의 입장에서 비주류의 출세는 얼마나 아니꼬왔을까만은대한민국 주류,그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비겁하였다.개인적으로 한동안 여기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상당기간 시니컬한 입장에서 정신적 홍역을 치를 것 같다.

 

역사의 진퇴에는 보통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다(歷史進退, 匹夫有責)고 한다.보통 사람으로서 이번일에 대하여 책임을 통감하는 바이다.

18:15~20:31

 

 

 

 

 

 

 

 

노무현 전 대통령 유서 전문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홀연히 떠난 당신은 우리의 영원한 대통령이며 자랑스러운 백양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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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
,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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