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깊은 강은 흐름을 보이지 않고,봉황이 되기 위해 닭과 싸우지 않는다.


- 언제 : 2009.6.6 (토) 09:30~17:00
- 얼마나: 2009.6.6 10:00~13:00(3시간)
- 날 씨 : 흐림-약간의 이슬비-갬
- 몇 명: 17명

- 어떻게 : 경남불교대학 18기 도반과 함께

▷성지곡 어린이대공원-금정산 남문-산성마을 금정산자락 식당

- 개인산행횟수ː 2009-16[w산행기록-229/T719]
- 테마: 근교산행
- 호감도ː★★★★

 


 

부산에서 행사성 단합등산대회로 가장 손꼽히는 코스가 아마도 성지곡 어린이대공원에서 출발하여 금정산 남문을 지나 오리고기,염소고기와 산성막걸리가 있는 산성마을 근처일 것이다.일단 평이한 코스로 등산 초심자라도 그리 어렵지 않고 산행을 마친 후 공기 좋은 곳에서 뒤풀이를 할 수 있고, 식사 후 뭔가 아쉬우면 편을 갈라서 족구도 한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산행도 그런 형식을 충실히 따른 스트레스 해소와 서로간 친목도모를 위한 가벼운 산행이었다.오늘은 6월 6일 현충일이다.대한민국 나이트클럽도 오늘만큼은 하루 쉰다는 의미있는 날이다.

 


그러므로 오늘 만큼은 아무리 보통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한번쯤은 진지해져야 할 날이다.

 

104살의 한어병음 창시자 周有光 선생은 "천하의 흥망에는 보통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다(天下興亡, 匹夫有責)","역사의 진퇴에는 보통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다(歷史進退, 匹夫有責)"고 하였다.



그런 관점에서 올해를 되집어 보면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지난해 말 송년산행으로 진도 동석산을 다녀 온 후 산행기에서 2009년 기축년(己丑年)은 주역의 마지막 괘인 "화수미제"의 괘로서 "미제"는 어린 여우가 냇물을 거의 건너가려 할 때 그 꼬리를 적시는 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미제는 "아직 험난함 속에서 완전히 나오지 못한 것으로 꼬리를 물에 적시니 이로울 것이 없다"고 하면서 사회적으로는 대형 교통사고와 화재, 홍수가 많이 날 것으로 보여 그 어느해 보다 슬기와 지혜를 모아서 헤쳐나가야 할 시기로서 이렇게 어려움이 예상되는 시기에는 아주 쉽게 분열과 다툼이 생기므로,모두 합심해 어려움을 이겨나가야 하는 해라고 역설한 바 있다.

 

그러나 양상은 우려한 것보다 더 최악으로 흐르고 있다.올해도 이제 절반에 진입하는 시점에서 보면 참으로 분열의 양상이 심각하다.전세계적 금융위기 상황에서 벌어지는 구조조정과 이로 인한 노사관계는 악화는 당연한 흐름이지만 이 외에도 용산 참사,화왕산 참사,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노무현 대통령 서거,북핵실험과 PSI 가입에서 보여주는 분열의 양상이 총체적이며 극단적이다.가진자와 빈자의 갈등,제2의 기묘사화를 연상시키는 진보와 보수세력의 전쟁같은 분열,주류 세력의 종교편향으로 출발한 종교의 갈등도 보기보다는 심각하고,전쟁 직전의 수준까지 최악으로 진행되고 있는 남북한 관계 등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이럴땐 대범하게 사태를 바라보아야한다.그리고 아무리 힘든 순간이 오더라도 둘 중 하나는 죽을 때까지 한번 해보자는 식은 위험하며 또한 모두 죽자는 식의 자포자기는 더욱 안된다.최소한 공동의 선을 생각하며 그것까지는 파괴시키지 말아야 한다.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쏟아져 나오는 시점이다.

 

올해만 슬기롭게 보내면 내년 부터는 상당히 희망적인 세상이 될 것으로 보았는데 세상은 그리 쉽게 얼렁뚱땅 지나 가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깨질 것은 철저히 깨지고 파괴되며 새로운 창조를 기다리는 모양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깊은 강은 흐름을 보이지 않고,봉황이 되기 위해 닭과 겨루지 말아야 한다.기축년 소처럼 우직하게 자신의 맡은 바,할 바를 다할 뿐이다.

 

 

 

어린이 대공원이라는 곳은 꿈을 가진 어린이들이 활기차게 움직이는 역동성이 느껴지는 공간이건만
오늘 이곳은 화려한 꽃같은 세월을 뒤로하고 노년의 총기잃은 쾡한 눈빛으로 체념과 초연함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처연함을 느끼게 만드는 곳이다.그것이 자연의 꽃이든 물질문명의 화려한 유혹이든 이미
등 뒤의 관심 밖의 일이며 오늘 하루도 삶이라는 족쇄에 갇혀 허우적대는 우리사회의 자화상 같다.


 

9시 30분에 모이기로 했건만 10시가 다 되어 모두 모였다.처음부터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느슨한
여유가 느껴졌다.항상 빠르게 움직이는 나의 습관적 익숙함은 그들의 여유를 따라가기 힘들다.
국어사전에도 없는 道伴은 "함께 도를 닦는 동반자"의 의미일테지만 나는 그들에게 완전한 도반이
되기엔 아직 멀은 것 같다.

 

산행은 어린이대공원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대공원 입구 우측 도로를 따라 산으로
접어들었는데 약간의 변화라도 주어서 좋았다.


 

빨간 산딸기도 따 먹고, 검게 익은 버찌도 따 먹으며 길을 걷는다.17명이 흩어졌다 만났다를 반복하며
등로에서 파는 석빙고도 사먹고 멸치 안주에 막거리도 한잔하면서 길을 이어간다.

 

약간의 이슬비도 내리는 산어귀 전망대에서 흐린 도심의 조망을 보며 잠시 숨을 돌리기도 하면서
오늘이 현충일이라는 것을 느낀다.현충일에 어울리는 날씨다.


 

전망대 이후 산세는 좀더 굴곡이 지며 변화를 보이는데 이때부터 하늘도 점차 개이고 있다.
그렇게 신록을 관통하며 여유로운 산책같은 산행을 마쳤다.


 

산성마을 금정산자락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족구도 한 게임하고 많은 이야기를 한 후
다음에 다시 야회활동을 하기로 기약하였다.오늘이 현충일인지라 가무는 없었지만
술은 마셨다.금정산자락 간판이 초록빛이라서 지금의 시절과 어울려 싱그럽다.


 

 

 

 

 

 

 

 

 

 

 

 

 

 

 

ㆍ상대나 상황은 나를 해칠 힘이 전혀 없다.
ㆍ이는 마음이 일어나는 원인이 될 수 없다.
ㆍ마음이 동요하는 원인은 내 생각이다.
ㆍ상대나 상황은 내가 만들고 선택할 뿐이다
ㆍ봉황이 되기 위해 닭과 겨루지 않는다.

- 권도갑의 "우리시대의 마음공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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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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