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산,방가산▲인생은 질문을 던져보는 유일한 기회

- 언제 : 2009.9.6 (일) 08:00~21:00
- 얼마나: 2009.9.6 10:45~15:15(4시간 30분)
- 날 씨 : 맑음,무더위
- 몇 명: 28명

- 어떻게 : 금강산악회 동행

▷가암교-무시봉-아미산-756봉-돌탑-방가산-570봉-장곡휴양림매표소

- 개인산행횟수ː 2009-20[w산행기록-233/T722]
- 테마: 능선산행,숲 산행
- 높이:아미산737.3M,방가산755.8M
- 호감도ː★★★★


최근 TV를 보다 얼핏 가수 김창완의 인터뷰가 스쳐가는 것을 보았다.그기서 김창완은 "인생은 답을 얻으려고 있는 기회가 아니고 질문을 던져보는 유일한 기회가 아닐까?"하는 말을 들었다.

 

워낙 빠르게 지나가는 말이라서 내가 제대로 인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말은 철학자의 말 같았으며 흡사 감전된 듯이 뇌리에 그대로 박혀 버렸다.나도 그렇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답을 찾아서 쉼없이 노력하고 있는가? 사실 현명한 사람은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제대로 된 질문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이 더욱 피부에 와 닿았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생에 대한 답을 찾아나선다면 당연히 훌륭한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생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니라 돈에 대한 답을 찾아나서다보니 삶은 답답함의 연속이 된지 오래다.살아가는 삶 속에 주기적으로 돈이 아닌 자연과 죽음 그리고 방랑 속에서 낭만을 찾는다면 현재를 살지만 과거의 정신적 자산까지 가질 수 있는 것이다.분명 과거보다 경제적 풍요를 누리지만 행복지수가 낮아지고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 철학이 고갈되었든지 아니면 경쟁지향의 소용돌이 속에서 돈 속에 갇혀 자신을 잃어 버렸을 것이다.

 

아미산은 일연국사가 삼국유사 집필지인 인각사麟角寺절이있는 곳이다.보통 우리가 아미蛾眉라고 하면 눈썹을 의미한다.누에나방의 눈썹이라는 뜻으로, 가늘고 길게 곡선曲線을 그린 고운 눈썹을 두고 비유比喩하는 말로미인美人을 비유比喩할 때도 쓰는 말이다.아"蛾" 글자의 앞 부분에 벌레 충蟲이 오는 것은 "누에"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아미산이라고 하면 "아름다운 산" 정도로 해석하는 우愚를 범하기 쉽다.한자漢字는 보통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가많아서한문을제대로살펴야한다.서로 다른 두 개 이상의 단어가 단지 우연히 소리만 같은 동음이의어를가지고그냥멋대로해석하면완전히엉뚱한의미가되는것이다.

 

한자漢字는 뜻 글자(=표의문자表意文字)라서 한문의 훈訓만 알아도 뜻을 알 수 있다.아미산峨嵋山의아峨는"봉우리아"자이며미嵋는"산이름미"자이다.그래서뜻은 훈을 그대로 읽어도 "봉우리와산이겹치는 모습"을유추할수있다.그래서아미산의뜻은"높은 봉우리 위에 또 하나의 높은 산"이 있는 산이라는 의미다.그 이상의 해석은 미사여구를 동원한 현학으로 어리석음을감추려고 하지만 오히려 어리석음을나타내는것이다. 따라서 아미산은 미인의 눈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아미산 산행을 해보면 높은 봉우리 위에 또 하나의 높은 산이라는 의미는 쉽게 알 수 있다.

 

 

 

10:45~10:54
날씨가 무척 덥고 계곡은 상당히 가물었는지 수량이 적어 심적으로 더위를 느끼는데
첫 출발부터 바위의 복사열때문에더덥게느껴진다.

 

문헌통고(文獻通考)에 의하면 인각 마을의 내력은 기린이 노닐다가 뿔이 암벽에 걸려서 떨어진 곳
이라고 하며, 화산의 화려하고 기품 있고 당당한 모습이 마치 기린의 형상을 닮았으며,
인각 마을의 위치가 그 뿔의 지점에 해당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 구전되고 있으나 정확한 것은
알 길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아미산 산행 들머리에서 인각을 찾았다.인각麟角이란 "기린의 뿔"이라는 의미다.
강가에 송곳처럼 삐죽오른저봉우리가바로인각麟角으로 느껴진 것이다.

 

인각의 우측으로나무향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로 잘 정비된 목계단을밟고올라 아래를내려다보니
강을건넜던좁은수로가보인다.그대로조금더오르니인각같은송곳바위위를밟고
송곳을더욱예리하게만드는산객들이보인다.

 

 

10:55~11:17

좌우측 평화로운 산촌의 그림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곳 지방어 그대로 표현하면
사이베 떼닥밭(=산입山入에 뙈약볕"을 의미)같은 후덥지근함이 엄습한다.

 

조금 더 오르니 작은 공룡능선이라는 별칭답게 암봉이 그림처럼 드리워져 있다.

 

11:17~11:23

날씨도 덥고 DSLR카메라를 복부에 전대처럼 두른 하네스에 넣었더니 앞으로 굽혀지지 않아서
암봉을 타지 않고 측면을 트레버스하였다.그런데 그것은 나의 판단착오였다.이런 흐름이 어느정도
이어 질 것으로 보았는데 서너번 그러고 나니 곧바로 밋밋한 육산이 펼쳐졌던 것이다.

 

12:40

이후는 정말 지리하게 숲속을 걷는다.조망은 숲에 가렸고,숲길은 일정한 리듬을 가지고
그대로 계속 이어졌는데 중간에 무시봉이 있다.무시봉이니 나는 사진도 찍지 않고 그대로 지나쳤다.
말 그대로 무시한 것이다.무시봉은 숲에 가려서 조망도 없고 봉우리도 봉우리같은 느낌이
별로 없다.한자로 표기되어 있지 않아서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무시無視봉이지
않을까?

 

13:04~13:39
아미산 정상에서 식사를 하고 방향을 우측으로 돌려 방가산으로 향한다.
아미산 정상을 지나 방가산으로 가는 사이 산객들이 허리를 굽히고 뭔가를 줍고 있다.

 

도토리다.

이곳 아미산은 암봉이 있었던 곳은 소나무가 많았는데 암봉을 지나 육산으로
접어들면 굴참나무를 비롯한 활엽수들이 많았다.

 

다람쥐의 먹이를 훔치기 위하여 다람쥐와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나는 산에 해꼬지를 하면 그 후환이 그대로 돌아온다고 믿는 사람이어서
산에서는 산삼이 있어도 그대로 두는 쪽이다.

 

그러니 케이블카 설치반대,스키장 설치반대,정상석 설치반대는 당연하고
계곡에서 양치질,샴푸로 머리감기,비누로 세수하는 것도 악업을 짓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사람의 손길이 가면 갈수록 산이 망가지는 것이라고 본다.

 

산은 조상으로부터 물려 받은 것이 아니라 잠시 후손으로부터 빌려쓰는 것이라는
말에 더 동조하는 편이다.

14:26~14:46
방가산 정상에서 잠시 휴식하고 장곡휴양림 매표소로 향한다.
찌는 듯한 더운 날씨지만 나무둥치를 타고 오르는 석단풍이 빨갛게 물들어 있다.
아무리 늦더위 기승을 부려도 이미 무茂의 극極을 지났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장곡휴앙림매표소가 있는 넓은 공터에서 김치에 싼 편육을 안주삼아 하산주를 하고

돌아왔다.

아파트로 돌아오니 아파트 입구에 사람들이 웅성거린다.왠일이냐고 물어보니
"술에 만취한 4층 남자주인이 열쇠가 없어서 벽을 타다 떨어져
구급차에 실려갔다"고 한다.아파트 입구 바닥에 피가 흥건하고 나무의 잔가지들이
꺽여져 있는데 하루 뒤 소식을 들으니 안타깝게도 결국 죽었다고 한다.


 

이곳으로 이사 온지 얼마 안되어 나는 아직 얼굴도 모르는 분이다.

죽었으니 질문을 던져보는 유일한 기회도 사라진 것이다.

나는 살아가는 동안 무수한 질문 중에 단 한번이라도 올바른 질문을 할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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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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