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설악 흘림골,주전골▲늘 막막한 인생이라면 이곳에서 금강경을 통째로 보라.

 

 

- 언제 : 2009.9.12 (토) 05:30~23:00
- 얼마나: 2009.9.12 12:45~15:45(4시간)
- 날 씨 : 흐린 후 비,그리고 갬
- 몇 명: 41명

- 어떻게 : 솔뫼산악회 동행

▷남설악 흘림골-여심폭포-등선대-심이폭포-주전골-용소폭포-오색약수

- 개인산행횟수ː 2009-21[w산행기록-234/T723]
- 테마: 계곡산행,숲 산행
- 높이: 등산대 1,185M
- 호감도ː★★★★★


남설악 흘림골을 당일로 다녀오기 위해 통상적인 다른 산행지보다는 두시간 일찍 출발하기 때문에 일찍 자야만 했다.그런데 잠이라는 것이 그런 마음을 먹을수록 희안하게 더 안오는 법이어서 늦게까지 뒤척이다 결국 잠이들었다.억지로라도 자야겠다는 압박감에 쫒긴 때문인지 평소에 잘 꾸지 않던 꿈조차 실수로 불을내고 들키지 않으려고 쫒기며 조마조마한 시간을 보내는 영화의 한 장면 같았는데 다행히 알람이 울렸다.깨어나면서 꿈이길 천만다행이라고 느끼며 바삐 행장을 챙긴다.

 

보통의 꿈은 깨면서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 다반사인데 워낙 또렷하여 버스가 있는 곳까지 가면서 택시기사에게 말을 건네니 꿈에서 불을 보았다는 것은 좋은 꿈이라고 안심을 시켜준다.버스를 갈아타고 고속도로를 달린다.설악산까지 가는데 6시간,돌아오는데 6시간 걸릴 것이며 산행시간은 4시간 정도이며, 그외 식사시간을 포함한 여유시간을 감안하면 17시간 정도 소요되는 장거리를 하룻만에 다녀온다는 것은 기실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다.나는 처음부터 이것을 감안하여 버스에서 즐길거리를 준비하였다.유성용의 "여행생활자"라는 책을 준비하였고,나의 포켓 피씨엔 영화를 세편이나 준비하였다.

 

동명휴게소를 2KM 남짓 남겨둔 지점에서 버스의 팬벨트가 찢어지는 바람에 급히 대구의 다른 버스로 갈아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그래서 혹시 처음의 일정을 변경될 것 같은 상황이 될 수도 있었는데 운영진에서 빠르게 대처하여 큰 대과없이 다녀 올 수 있었다.

 

여행생활자에 보면 "사는 게 막막할 때가 있다.아니 늘 막막하다.다만 그걸 견딜 수 있을 때와,견딜수 없을 때가 있다."고 하였다.항시 그렇지만 견딜수 있을 때는 문제가 없는데 "견딜수 없을 때"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상황이 달라진다.어떤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가 있고,어떤이는 종교적인 생활을 하며 마음을 다스리며 자신을 지켜내는 이도 있다.더문 경우이지만 그동안의 모든 생활을 접고 귀거래사로 낙향하여 또 다른 삶을 찾기도 한다.같은 직장에 근무하던 내 후배 한명은 저간의 깊은 사정이야 있었겠지만 산골의 시골로 낙향하여 한옥을 짓고,약간의 농사를 짓는 낭만농부가 되었다.그것이 무조건 좋은점만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그의 실천력과 사고방식이 무척 마음에 드는 것은 사실이다.

 

나의 경우엔 이럴 때 보통 길을 걷는 편이다.길을 걷고, 시세의 능선을 걷고, 사회를 걷고, 내인생을 걷다보면 나도 막막할 때가 있다.이럴 때 자연을 걷다보면 긍정적인 생각으로 충만함을 느낀다.앞으로도 늘 막막한 삶이 인생에서 희로애락과 생노병사의 시간표 위를 걷게 만들겠지만 견딜수 없을 때에 견딜수 있게 만들어주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삶의 희노애락의 폭이 커진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그런 노하우가 있다면 예정된 인생은 없는 것이다.

 

 

 

08:05
힘차게 남설악으로 달려가던 버스가 멈추었다.어쩔 수 없이 버스는 위험한 고속도로 갓길에
정차되었고,급히 수배한 대구에서 오는 다른 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리며 아침식사를 한다.

 

12:31
버스여행이 지루할 즈음 한계령에 도착하니 의외로 날씨가 맑아지고 있다.비가 1mm~5mm
정도 온다고 했는데 예상외로 맑게 개이고 있다.한계령 휴게소 옆 도로변 절개지엔 온통
구절초가 햇볕을 받으며 지천으로 피어있다.

12:49~12:55
원래의 예정시간 보다 한시간 늦은 12시 45분에 산행을 시작한다.
맑았던 날씨는 금새 약간 흐릿해지며 약간의 비를 뿌린다.
계곡은 지난번 수해의 흔적으로 상처가 깊고 등로는 심할 정도로
잘 정비되어 있다.

 

햇볕이 차단되는 울창한 숲속과 햇볕이 그대로 드러나는 계곡은 심한
콘트라스트를 보인다.부산과는 기온이 다르다.날씨는 제법 선선할 정도이다.
설악을 오면서 이런 부분도 감안하여 모자도 완전 여름모자에서 춘추용 모자로
바꿔 착용했다.이래저래 등산하기엔 정말 좋은 날씨다.











12:57~13:11
고도를 높여나갈수록 조망의 조건은 좋아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오늘은 날씨가
점점 나빠져 원거리 일수록 조망은 나빠진다.여자의 마음이 아닌 여자의 깊은 곳인
여심女深폭포에 도착했다.반대쪽은 칠형제봉이 보인다.























13:25~13:39
과일을 먹으며 잠시 휴식 후에 등선대를 향한다.늦게 출발을 하였기 때문에
군데군데 식사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등선대를 오르기 전 칠형제봉 방향을 보니 멀리
한계령휴게소가 보인다.







13:40~13:42
번개는 내려치지 않지만 그르릉거리며 천둥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빗방울은 조금 더 굵어졌지만 짙은 수림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등로가 넓어서 나는 작은 우산을 쓰고 산책을 하듯 오른다.


 

점점 바위 생김새가 조물주의 작품처럼 느껴진다.등선대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압권이다.특히 바위생김새는 금강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다만 금강산의 바위보다 설악산의 바위 빛이 더 맑아서 피부좋은
미인같은 느낌이다.







13:41~13:43
등선대에서 아래를 내려보니 바위의 엣지가 살아나고 첨검처럼 치솟은 바위 아래로
등선대로 오르기 전의 고갯마루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산객이 숨은그림찾기처럼 보인다.





13:44~13:53
등선대를 내려오면서 다시 한계령을 바라보고는 이제 주전골 방향으로 하산한다.
하산등로도 잘 정비되어 있어서 어려움은 없다.주전골 방향의 풍광도
더 할 나위없이 좋으나 천둥소리가 점점 커져서 걱정이 된다.위로 올려다보니
방금 내려왔던 등선대가 보인다.













13:57~14:08
후두둑 후두둑하고 제법 비다운 비가 내린다.일부는 단풍이 들기 시작했는데
조금 더 내려오니 등선폭포가 보인다.비는 내리지만 폭포의 수량은 적은 편이다.



















14:13~14:37
결국 빗방울이 거세어져 우산을 접고 오버트라우저로 갈아입는다.
천둥소리가 귀에 거슬리지만 다행히 번개는 치지않아 안심이다.
비가 오니 계곡은 폭포의 물줄기 처럼 보기가 좋은데 아마도 주전폭포인 것 같다.



완전히 주전골로 들어오니 빗방울은 다시 약해지며 개이는 징조가 보인다.



 



 



 



 



 

 

14:48~14:53
주전골이란 이름은 용소폭포 입구에 있는 시루떡바위가 마치 엽전을 쌓아 놓은 것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옛날 이 계곡에서 승려를 가장한 도둑 무리들이 위조
엽전을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한다.주전鑄錢골인 셈이다.

 

날이 개이는 조짐이 보여 다시 우의를 벗고 시원하게 내려오는데 십이폭포의 물줄기는
비가 온 덕분인지 폭포의 모습을 보여주고 멀리 구름이 물러가는 모습이 보인다.







 

14:57~15:00
이제 다시 계곡으로 햇볕이 들어오고 그 빛을 따라 물줄기가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15:00~15:05
수해의 흔적을 보여주고자 일부 잔해를 계곡에 남겨둔 모습이 보인다.
이어지는 담과 소가 계곡을 빛내주는데 이곳의 원시비경은 순전히 사람이
만든 등로 덕분이다.인위적인 등로가 없다면 등반자체가 불가능한 험한 코스이다.


지금 이순간에도 등로를 정비하는 현장이 보인다.
일부구간은 다른 방법이 없었든지 인위적인 등로가 부자유스러울 정도이다.









15:08~15:13
방향을 좌측으로 틀어 용소폭포로 향한다.500M 정도 들어가면 용소폭포가 보인다.
이곳의 폭포들 중에서 폭포의 기품면에서는 최고이다.







 

15:14~15:20
다시 원위치로 나와서 원래의 길 방향으로 조금 더 가면 금강문이 나온다.


 

금강문은 불교사찰의 보통 일주문 다음에 있는 문이다.

1914년 최찬식이 지은 신소설 "금강문"은 인과응보를 주제로 한 금강산을 자세하게 소개한
기행문이다.

 

여기에 보면

"마음에 무궁한 복록을 하늘이 주신 줄로 여기고 그날부터 궁사극치를 무소불위하며
명소 성지에 구경 다니기로 소일을 삼더라"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궁사극치窮奢極侈"라는 표현이 나온다."사치가 극도에 달한 상태"를 말함인데
인간으로서 금강문 안의 모습을 본다는 것은 궁사극치가 아닐까?


 

『금강경』의 본래 이름은 "금강반야마라밀경"이다.요약하면,
'다이아몬드처럼 견고하며 날카롭고 빛나는 깨달음 의 지혜로서 모든 번뇌와
고통이 사라진 완전한 평화와 행복만이 있는 저 언덕에 이르는 가르침의 경전'
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눈으로 이미 본 것이다.그러니 금강문을 빠져 나오면서 그것을 모르고
이미 보아버린 황송함과 궁사극치의 황홀함에 대한 감사의 예를 안올릴 수 없었다.
반배 합장하고 예경을 한후에 가던길을 향한다.





























 

15:31
선녀탕엔 신발을 고쳐신는 흑심의 나뭇꾼이 선녀의 옷 따위는 관심 없다는 듯이
딴청을 부리고 있고,또 다른 선녀이고자 하는 이는 눈으로 선녀탕에 뛰어들어 목욕을
즐기고 있다.

 

그곳을 지나 뒤돌아 보니 흡사 금강산의 옥류담과 비슷한 뒷배경이 겹쳐보인다.





 

15:41~15:55
하산종료지점 가까운 곳에 성국사(옛 오색석사)가 있다.이곳에 이르니
스피커로 독경소리가 들리는데 다름 아닌 "금강경"이다.나인들 금강경을
모두 알겠느냐마는 해공제일(解空第一)인 수보리(須菩提)가 금강경의 주인공이란 점은
알고 있는 터이고 독경의 내용 중에 자주 수보리를 찾고 있으니 금강경일 것이다.

 

그러니 나는 주전골을 관통하면서 대승불교식으로 표한하면 이미 금강의 본질인 "공"의
모습을 본 것이다.남설악 주전골을 금강산의 축소판이라고 하는데그곳엔이론적으로
부합하는 이런장치가있는 것이다.

 

쌓은 공적이 적은 이 미천한 필부가 감당키 어려운 금강을 보았으니 당연 두통으로
머리가 어지러운데 마치맞게 오색약수 한잔이 기다리고 있어서 제 정신을 찾게 해준다.







 

 

━━━━━━━━━━━━━━━━━━━━━━━━━━━━━━━━━━


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