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룡포) 신나게 태극을 그리며 돌고도는 미르피아에서 노닐다.

- 언제 : 2009.9.26 (토) 02:00~15:00
- 얼마나: 2009.9.26 05:30~11:30(6시간),트레일 시간은 2시간
- 날 씨 : 운무 후 갬
- 몇 명: 홀로

- 어떻게 : 자가용 이용

▷장안사 주차장-회룡대-용주팔경시비-뿅뿅다리-회룡대

- 개인산행횟수ː 2009-22[w산행기록-235/T724]
- 테마: 출사산행
- 높이: 비룡산 240M
- 호감도ː★★★★


경북 예천의 회룡포는 용龍의 나라이다.이곳 주위의 지명을 보더라도 모두 용과 관계가 있다.비룡산,용주시비,용포마을,회룡대,용궁면 등....용의순순한우리말은"미르"이다.미르의어원은"물"과관계가있다.하지만용은물(海), 땅(陸), 하늘(空)을 모두 왕래할 수 있는 특출한 능력을 갖춘 영물이다.

 

용이 물에 있다면 그것은 아직 어려 능력이 없다는 말이 된다.주역을 보면 용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주역의 64괘 중에 첫 번째 괘인 건괘를 보면 용의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건괘의 설명방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용으로 시작하여 용으로 끝난다.

 

어린 용은 잠룡潛龍이라고 한다.건괘의 첫 번째인 셈이다.어린 용은 물속에서 생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인간의 첫 번째 공간이 엄마의 자궁 속 양수의 바다에 생활하고 있음과 유사한 면이 있다.

 

두 번째 괘는 "현룡재전(見龍在田)이니 이견대인(利見大人)이라"고 하여 물속에 있던 용이 자라서 땅으로 나온다는 의미다.인간으로 치면 엄마의 뱃속에서 출산되어 땅으로 나온다는 의미와 유사하다.재전의 전田은 땅이다.바다의 양식장을 바다밭(田)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전은 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건괘의 세 번째는 ‘혹약재연(或躍在淵)이면 무구(无咎)니라’하여 "혹시 뛰어오르더라도 연못이 있으면 문제가 없다"는 의미로 땅에서 연못을 매트삼아서 도움닫기 연습을 하여 하늘로 오르려는 의미가 담겨있다.인간으로 치면 학습시기 혹은 수련의 단계로 볼 수 있다.건괘의 네 번째는 당연히 하늘로 오르는 단계이다.‘비룡재천(飛龍在天)이니 이견대인(利見大人)이라’로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을 봄이 이롭다’는 뜻이다.다섯 번째는 ‘항룡(亢龍)이니 유회(有悔)리라’고 하여 하늘에 높이 올라가 있는 용은 언젠가 내려와야만 한다는 의미이다.

 

어릴때 용은 보통 뱀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어릴 때의 용인 잠룡은이무기모습,즉뱀의형상이다. 비룡재천은 여의주를 얻어 완전한 용으로 변한 단계로 볼 수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항룡은 유희라고 하니 윤회의 연결고리를 느낄 수 있다.용의 단계를 살펴보면 인간의 과정 같기도 하고 우주의 단계 같기도 하다.

 

그렇게 보면 내가 서 있는 회룡대는 비룡산의 정상이니 비룡재천을 한 곳이고 태극의 물줄기인 내성천은 잠룡이 이무기가 되어가는 곳이고,현룡재전을 한 곳은 저기 회룡마을의 논과 밭 혹은 회룡포의 전답일 것이다.몸을 끌며 도움닫기 연습의 시작 장소로는저기 용주시비가 있는 곳이 출발점이라.산과 강이 함께 돌아나가는 저기 뿅뿅다리가 있는 곳이 태극의 중심이고용궁면 중에서도 용궁에 해당되는 곳이다.이곳은 신나게 태극을 그리며 돌고 도는 용의 나라,미르피아이다.

 

항룡은 유회有悔라고 하여 후회를 암시하지만 이곳은 같은 "회"자라도 뜻이 다르다.늬우친다悔는 의미가 아니라 돌아온다는 의미의 회回를 사용한다.그래서 이곳은 언제나 선순환이 되며 용의 나라가 되는 것이다.그 수 많은 용들 중에서도 내 자리는 어디일까?용은 이제 출산하여 엉덩이 마저 붉은 적룡,그 다음 푸른 빛이 도는 청룡,그 다음엔 노장미가 우러나오는 황룡,그리고 백발이 성성한 백룡이며 마지막은 다시 혼돈의 상태인 흑룡이다.

 

아마도시퍼렇게젊은청룡靑龍도아닌막시작하는내성천에서 빠져나와 회룡마을로들어가는시작인저곳,회룡포 자리로 보인다.나는 용띠 중에서도 가장 빠른 갑진(甲辰)년생이다.그러니 룡의 모습도 아닌 이무기 형태가 어울릴 저곳,이제 갓 출산하여 엉덩이 조차 푸른 빛조차 들기 직전의 붉은 빛이 도는 적룡赤龍인 셈이니...나또한이곳으로돌아왔으니내가어울릴자리저곳에서물기운이나실컷받아야겠다.

 

 

0544~0626
토요일 새벽2시에 집에서 출발하였다.회룡대에서 육지의 섬 같은 용포를 굽어보며
일출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5시 반쯤여명이 밝아오는데 온통 안개로 자욱하다.
산의 윗부분만 실루엣처럼, 운해의 바다에 뜬 것처럼 보일 뿐 정작 그 아래는 오리무중이다.



그 흐릿한 실루엣의 산 위로 너무나도 뚜렷한 해가 떠 오른다.그것은 내가 여태까지 본
일출 중에서도 각별한 모습이었는데 그것은 흡사 모든 무대장치는 장막으로 가려놓고
이 순간 만큼은 해만 바라보라는 것 같았다.





 



 

 

0823~0826
시간이 지나자 지독한 안개속에서 조심스럽게 회룡포를 보여준다.가장 먼저 내성천
강변에화룡포를"회룡4"라고 재치있게 적어놓고강에서노니는사람이보인다.


내성천이 회룡포를 통째로 감아돌고 있었는데 수량이 부족한지 모래밭이 넓게 드러나
있었다.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는 노랫말 그대로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모습이다.마을을
내려다보니 구석구석 정자가 보인다.이곳 산에도 정자가 많은데 마을안에도 강변에도
산에도 한번 쯤, 쉴 만한 장소이거나 경치를 감상 할 만한 곳에선 정자가 놓여있다.

 





 



 



 

0834
완전히 안개가 걷히려면 정오나 되어야겠다는 예감이 들어 자리를 털고 일어나 한바퀴
돌아보기로 하였다.물길과 함께 도는 산을 따라 날개를 활짝 펼친 듯한 회룡대를 시작으로
우선 장안사로 향한다.

 

경북 예천군 용궁면 비룡산의 장안사는 작은 사찰이지만 그 의미는 남다른 곳이다.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뒤 국태민안을 염원하여 전국 세 곳의 명산(금강산, 양산, 비룡산)에
장안사를 세운 곳 중에 한곳이다.말 그대로 장안長安, 즉 오래도록 편안하라는 의미다.


 

초창주는 신라 경덕왕때(759) 운명조사이시며 고려의 문인 이규보 선생이 이 절에
머무르며 글을 짓기도 했다.


 

이규보의 싯구가 회룡대 정자속에 걸려있는데 소개하면...



동국이상국집에 실려있는 이규보의 "장안사에서"라는 시이다.

 

산에 이르니 번뇌가 쉬어지는구나
하물며 고승 지도림을 만났음이랴.
긴 칼 차고 멀리 나갈 때는 나그네의 마음이더니
한 잔 차 로 서로 웃으니 고인의 마음일세.
맑게 갠 절 북쪽에는 시내의 구름이 흩어지고
달이 지는 성 서쪽 대나무 숲에는 안개가 깊구려.
병 으로 세월을 보내니 부질없이 졸음만 오고
옛동산 소나무와 국화는 꿈 속에서 잦아드네.



 

0839~0848
장안사는 그늘진 숲속인데도 햇살이 사경으로 드러오며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햇살을 받은 풀 조차 대웅전의 화려한 단청을 이기고 있었으며 역시 처마엔 용 한 마리가
흰수염을 날리며 백룡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비룡재천(飛龍在天)을 할 장소인 회룡대와
가까운 곳이라 최소한 장년에 든 황룡이나 모든 수련단계를 거치고 하늘로 오를 충분한
노련미가 돋보이는 백룡이 어울릴 터이니 백룡이 어울리겠다.

 





 



 



 



 

0911~0919
이곳의 산길은 트레일 하기엔 안성마춤이었다.전반적으로 경사도가완만하여걷기도
좋은데전후좌우측모든방향이비경이라서어는것하나놓칠것이없다.나무들을보니
이곳주민들의힘으로잘가꾸어져있다는느낌을받았다.자연그대로의모습으로
아무렇게나자란나무가아니었다.오랜 세월동안 가꾸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나는 지금 회룡대에서 거꾸로 돌며 용주시비가 있는 곳으로 하산하지만 트레일 위주로
산행만 한다면 이곳 용주시비가 있는 곳이 교통편을 보나 산세의 흐름으로 보나 산행의
출발점이 되는 곳이다.이곳은 산길 중간중간에 이정표도 잘 설치가 되어 있다.





 



 

 

0921~0924
회룡마을의 논 가장자리엔 코스모스를 비롯한 꽃들이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었고,논 뒤로
내성천이 있는데 그뒤로 산줄기마저 강과 함께 돌며 병풍처럼 서 있다.그리고 뿅뿅다리가
강을 가로질러 놓여있는데 뿅뿅다리를 건너 철탑이 서 있는 저곳이 진정한 회룡포의 포구
이다.그래서 이곳은 용포이다.

 

양수에서 빠져나와 이제 갓 땅으로 나온상태는 내성천에서 갓 뭍으로 올라오는 저곳,마을의
입구이니 적룡이 있을 자리이다.그렇게 느껴서 그럴까 ? 참으로 아늑하고 정겨운 곳이다.
내가 앉을 자리에 잠자리떼들이 주인인양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그대로 마을로
들어간다.

 



 



 

 

0929~0935
길 옆은 벼논이고 논둑이 끝나고 내성천과 마주치는 장소에 정자가 하나있는데 그 뒤로
240M 비룡산이보인다.비룡산정상좌측사면에내가 오늘 일출 사진을 찍은 회룡대정자
가보인다.마을 안은 전형적인 우리네 시골과 흡사하다.두엄을 만들기 위하여 베어 놓은 풀,
편안하게 덩굴을 따라 크고 있는 호박,그리고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들,편안한 복장의
촌로 등...





 

 

0944~1030
또 다른 뿅뿅다리를 건너 회룡대로 다시 오른다.이것으로 오르는 산길은 경사도가 제법
가파르다.다시 회룡대로 돌아와 보니 안개는 모두 걷히었고 내성천을 가로질러 회룡포로
들어가는 좌측의 뿅뿅다리와 우측의 뿅뿅다리가 태극의 중심인 듯 빗금을 쳐 놨다.

 





 

 

 

1122
돌아오는 길에 잠시 삼강나루의 주막에서 휴식을 취한 후 부산으로 왔다.


 

등산의의미를생각해보면글자그대로풀이한다면산을오르는것이다.일본의 "야마노보리
山登り(やまのぼり"도 같은 의미다.

보통 등산을 하면 오르기만 하는가? 올라간 만큼 분명히 내려오는데도 불구하고 "등하산
登下山" 혹은 "등강산登降山"이라고 하지 않는다.등산의 의미에는 하산의 의미까지 포함
되어 있다고 볼 수 있고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산에서 내려오는 것은 남명 조식 선생의
말을 빌면 발만 앞으로 내밀어도 내려오는 쉬운 것이라서 산에서 내려오는 하산 보다는
올라가는 등산의 가치에 더 의미를 부여한 이름으로 보인다.

 

 

그리고 여기에 전문적인 냄새가 풍기는 "가家"를 붙이면 "등산가"라는 이름이 되는데
이런면에서 나는 등산가로 불리기는 싫은 것이다.또한 등산을 하는 주체가 나임에도
불구하고 꼭 손님의 이름 같은 "등산객"이라는 표현도 싫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불리기를 바라는가? 산을 오른다는 개념은 근대에 나온 개념이다.
과거에 우리는 "산에 든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입산入山인 것이다.그렇다고 "입산가"
라고 하면 이것 또한 생뚱맞다.

 

그래서 나는 "산행인山行人"이라는 표현이 좋다.산행인은 등산,트레킹,트레일,숲길 여행
의 모든 이름을 포함하기 때문이다.그래서 나는 풍류등산이라는 표현보다는 "풍류산행"
이라는 이름이 더 옳다고 보고 있으며 "풍류산행객"보다는 "풍류산행인"이라는 표현이
더 좋다.

 

회룡포의 비룡산은 산은 낮지만 그 산을 모두 올랐다가 다시 전부 내려와야하고,그러한
행위를여러번거치는점에서충분한등산효과를볼수있는곳이다.다만나는밤을도와
운전을 하여 그곳에 갔기 때문에 수면상황 때문에 원산을 비롯한 4시간 코스의 완주는
하지 않았을 뿐이다.

 

풍류산행인으로서 볼때는 꼭 한번은 가 볼 만한 명승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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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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