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달빛이 연못에 비치면 시름을 물에 띄워 텅빈 가슴에 바람처럼 풀어 놓는다.

- 언제 : 2012.5.1(화) 09:00~13:00
- 얼마나: 2012.5.1 10:00~12:00
- 날 씨 : 흐림
- 몇 명: 홀로
- 어떻게 : 자가SUV 이용
▷위양못-월연정-금시당,백곡재-영원사지

 

 

오늘은 노동절이다.근로자의 날이라고도 한다.근로勤勞의 의미는 "부지런하게 일한다"는 의미가 있다면 "노동"이라는단어는약간레드콤플렉스적인느낌때문에정착이잘되지않는것같다.그기에 뒤에 "절"이라는 단어가 붙어 상당히 진중한 느낌이 든다.

와이프는 작은 가게이지만 사업주이니 일터로 가고,자식들은 학교로 간다.우리집에서 오늘 노는 사람은 나 뿐이다.오전엔 흐리고 오후엔 비가 온다고 하니 오전엔 집 밖에서 놀고 오후엔 책을 읽으며 집안에서 놀 계획을 세운다.물론 저녁엔 한잔할 생각이다.

자본주의의 발달과 더불어 고전적인 노동의 개념이 많이 바뀌어 나 같은 화이트칼라는 노동절이라고 하면 왠지 쉬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일본말 같은 근로자의 날이라고 낮추어 말하면 가볍게 하루정도 쉬어도 될 것 같은 느낌이다.느낌이 어찌되었던 노동절은 나 같은 사람은 쉬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주위를 둘러보면 쉬어야 할 사람이 일하고 일해야 할 사람이 노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이왕 놀게 되었으니 홀로 차를 몰아 눈 호강을 하러 나섰다.왕버들 잔뿌리가 단단히 얽혀있어서 속 물살 일어도 흔들리지 않는 위양못,달빛이 강물에 비치면 강물도연못이 될 것 같은월연정,440년 은행나무와 눈부신 백송을 바라보는 금시당과 백곡서재,옥돌처럼 고갱이만 남고 모두 없어져 버린 폐사지인 영원사지를 다녀왔다.

 

 

 

위양못(경상남도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294번지)

 

"위양"이라...位良..양민을 위한다는 뜻이다.처음 본 위양못의 물은 봄물답게
흘러 넘치는 가득한 느낌이었다.아직 그 유명한 이팝나무가 필 시절이 아니지만
이팝나무 없어도 한폭의 그림이 되었다.못의 물은 농사용으로 사용하고
못안에 작은 섬 몇 개가 있고 그 섬에 안동 권씨가 세운 완재정을 비롯한
몇 개의 집이 보인다.

 

5월 첫날의 위양못은 푸르다.이 지역 주변의 특산물이 풋고추라고 하는데,
위양못 음의 기운을 받아 풋고추가 양의 기운을만들어 내어 조화가 될 것 같다.

 

노동과 풍류가 잘 조화된 멋진 모습이다.모과나무는 몇개 남지 않은 꽃을 보여주고
못 주변의 왕버들은 모두 신목의 모습을 갖추었다.

 


그 크기와 위용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월연정(밀양시 용평동 산 1)

 

차를 몰아 저수지에서 밀양강 방향으로 간다.
2차선 도로가 1차선이 되고 터널이 나오면 멈추어야한다.이곳에 주차하고
강가의 산기슭으로 따라들어가면월연정이나온다.

 

원래 이곳 월연정은 달빛의 그림자가 드리운다는 의미의 월영사月影寺가 있었다고 한다.
월영사가 있던 곳에 월영연이라는 못이 있었던 모양이다.


 

어찌되었던 지금의 월연정月淵亭은 이름이 참 절묘하다.
"달과 연못 그리고 정자"의 의미이니 달빛이 연못에 비치고 그곳에 정자가 있으니...
월연정 앞은 밀양강이다.밀양8경중 4경이라고 하니 그 아름다움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전라도에 소쇄원이 있다면 경상도에는 월연정이 있다고 할 정도로
월연정이 놓인 공간이 절묘하다.

 

들어가는 강옆 산기슭 오솔길엔 야생화가 노랗게 피었다.
들어가는 호젓한 산책로를 들어가는 그 기분을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뭔가 귀한 보물을 친견하러 가는 느낌이랄까?

 

오솔길이 바로 동선일 것이고 500년전 월연정을 지은 이태月淵 李台 선생도 이 길을 걷고
기묘사화로 숨진 사람들을 생각하며 문을 잠갔을 것이다.

 

이태선생은 기묘사화 이후 낙향한 인물이다.

 

훈구파에 의해 조광조 등 신진 사류들이 숙청된것이기묘사화다.
급진적이면 이상사회는 한갖 피빛 꿈에 지나지 않는다.


 

이태선생은 달빛이 연못에 비치면 시름을 물에 띄워 텅빈 가슴에 바람처럼 풀어 놓았을 것
이다.

 

월영연月影淵인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연못 하나가 있다.
그곳에 앉으니 정자가 그림자 처럼 비친다.

 


이곳엔 예전엔 천연기념물이었으나 지금은 보존가치가 없어져 해제된 백송 한그루가 있다.
백송은 중국이 원산지로 조선시대에 중국을 왕래하던 사신들이 가져다 심은 곳으로 유추한다.

 


백송은 원래 희귀한 나무로 대부분 과거엔 천연기년물이었으나 지금은 여러 가지 이유로
과거보다는 흔한 나무가 되어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되었다고 한다.


 

백송의 줄기는 플라터너스(버즘나무)와 모과나무를 섞어 놓은 듯한 무늬가 인상적이다.


 

다리를 건너 밀양강 맞은편 활성밤나무가 많은 곳에서 월연정을 바라보니
전체의 윤곽이 뚜렸했다.


금시당,백곡재(경상남도 밀양시 활성동 582-1)

 

금시당은 월연정에서 밀양강 다리를 건너 우측으로 가면 산에 붙어있다.
차가 금시당 앞에까지 갈 수가 있다.산쪽으로는 등산로가 나 있고
금시당은 강가를 바라보는 자리에 놓여있다.

 

대문은 잠겨있는데 대문 좌측 뒤로 440년의 은행나무가 보인다.
문이 잠겨있어서 담장을 따라 도니 여기도 한그루의 백송이 있다.
이 귀한 나무를 오늘 두 번이나 본다.

 

백송 좌측은 금시당이고 우측이 백곡재이다.


 

금시당은 금시당 이광진선생이 만년에 은퇴하여 학문을 닦은 곳이고,
백곡재는 조선조 영조때 재야선비였던 교남처사 백곡 이지운 선생을 추모하여
문중의 결의로 만든 재사齋舍다.


 

영원사지(경상남도 밀양시 활성동 112)

 

영원사지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활성2동 마을회관으로 가서
주민에게 물어서 찾아가는 것이 좋겠다.

 

나의 경우 산을 엄청나게 훼손한 골프장(리더스컨트리클럽)과 마을 사이를
두세 번 왔다갔다하며 네비게이션과 시름을 했고,
마을주민에게 물어 찾아 간 곳은 산위의 조그만한 암자였는데,
그 암자에 계시는 분이 제대로 알려주어 다시 내려와서 간신히 찾아갔다.

 

영원사지는 마을이 끝나고 대추나무 과수원을 가로질러
산과 산사이 낮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보감국사는 고려시대 승려로 일연의 제자라고 한다.


 

광배가 있는 이 석불은 그나마 다행스럽지만 나머지 두 개의 석불은
불두 대신 돌이 놓여 있었다.


 

영원사지보감국사부도 [瑩源寺址寶鑑國師浮屠]는원래활성동부도곡에있었는데
1974년 11월에 현재의 자리로 옮겼다고 한다.


 

8각형이 인상적이고 상면의 기왓골이 표현되어 지붕처럼 만들었다.
고려시대 석조부도로는 상당히 우수한 예라고 한다.

 

과거사진을 살펴보면 가장 위쪽의 보개 위로도 횃불 같은 형상의 장식석이
있었는데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영원사지 보감국사묘응탑비 [瑩源寺址寶鑑國師妙應塔碑]는
통일신라시대의8각원당형부도의양식을계승한고려시대작품이다.

 

비문은 보이지 않고 비좌 위에 바로 이수가 놓여있다.

 

 

이곳에서 엄청난 자연파괴의 현장을 보고 내 어찌 골프를 치겠는가?

마을 위쪽 산을 완전히 파헤쳐 놓았는데 마을사람들이 사는 곳이 위험하게 보였다.

내 인생에서 골프장과 스키장은 앞으로 인연이 없을것임을 또 한번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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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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