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란도트)GIACOMO PUCCIN의 오페라를 보고

- 언제 : 2009.10.23 (금) 07:30~22:00
- 몇 명: 11명
- 어떻게 : 대우증권 WM Class 범일 직원과 부산시민회관에서 관람

- 호감도ː★★★★★

 


참으로 오랜만에 오페라를 관람하였다.부산시민회관에서 직원들과 함께 공연 관람을 본 것은 아마도 뮤지컬 캣츠 이후 다소 뜸 했던 것 같다.

 

부산MBC 창사 50주년 기념으로 세계적인 오페라하우스 나폴리 산카를로 국립극장 초청 공연이었다.나는 1층 R석 C블럭 4열 14번에 앉아 마르첼로 모타델리의 힘찬 지휘아래 뉴 프라임 오케스트라의 장중한 음악을 귀로 들으며 섬세한 호흡을 함께 하였다.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투란도트는 라보엠,토스카(1900), 나비부인(1904) 등 푸치니의 3대 명작에 절대 뒤지지 않는 대표작이다.그도 그럴 것이 푸치니의 유작으로 푸치니가 원숙의 경지에서 만든 최고이자 최대의 오페라이기 때문이다.

 

오페라지휘자를 비롯하여 연주자 모두가 검은색 옷을 입은 것은 무대의 연극에서 눈을 떼지 말라는 의미로 시선의 분산을 경계한 이유로 보인다.지휘자는 무대 아래에서 작은 의자에 앉아 연미복이 아닌 검은색 스웨터를 입은 모습이 이채로웠다.

 

오페라는 바로크에서 시작되어 고전을 거쳐 낭만에 와서 그 절정의 꽃을 피우게 되는데 투란도트 최대 하이라이트인 "공주는 잠 못 이루고=네순 도르마Nessun Dorma"라는 곡은 영국에서 유명한 신인발굴 방송프로그램에서 전화기 판매원이던 폴 포트가 일약 스타덤에 올라 귀에 익은 곡이다.다만 무대에 오른 칼라프 왕자역할의 배우는 한눈에도 나이가 들어 보였는데 나이 많은 사람이 부르다보니네순 도르마의 곡이 그리 힘차 보이지 않았고 음색도 다소 건조하였다.살집이 좀 있는 폴 포트의 경우 음색이 약간 기름지고 부드러워분위기를 잘 살렸는데...

 

투란도트"는 그 소재부터가 푸치니의 이전 오페라들과는 확실하게 구별될 정도로 독창적이다.

 

드라마 내용은 단순한 줄거리이지만 장중한 음악과 함께 끝까지 몰입하게 만든다.용감한 칼라프 왕자와 남성혐오증이 있는 투란도트 공주는 그저 '사랑'이란 주제를 놓고 갈등하는 전형적인 낭만적 영웅들의 설화적 변용일 뿐이라서 "투란도트"의 예술적 가치는 드라마 자체보다는, 복잡하고 현대적인 그리고 너무나도 매혹적인, 푸치니의 다채로운 관현악법에서 찾는 것이 옳다.쉔베르크의 현대음악적인 기괴한 느낌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그 이전의 음악과는 뚜렷이 차별화된다.

 

다산 정약용의 실학파,이소룡의 절권도처럼 푸치니의 실용적인 면이 돋보인다.다른 작곡가들의 관현악법을 철저하게 연구하여 그 장점을 자신의 것으로 섭취하는데 열심이었기 때문에 푸치니의 음악은 '키취 (Kitsch, 예술적 폐기물)'라는 평가를 듣는다고 한다.당대 첨단의 진보적 음악어법을 콕콕 집어낼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음악을 감상하는데 있어 나 같은 문외한도 충분히 그 느낌을 읽을 수 있었다.

 

3막 첫머리의 환상적인 화음,즉 5음 음계와 4음 음계를 번갈아 사용하여, 전음계 음악에 익숙해져 있던 이탈리아 청중들에게 조성의 모호함이 던져다주는 신비감을 창조해낸 것과, 뒤뚱거리듯 불균형적인 8분의 5박자로 동양적인 선율미를 더욱 강조하고 있는 것 또한 분명 푸치니만의 탁월한 능력이라고 하는데 듣다보면 가슴 벅차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산행을 오가는 틈을 이용하여 그 동안 투란도트의 DVD를 PMP를 이용하여 들으며 귀와 눈으로 익혔기 때문에 극의 내용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어차피 노래가 우리말이 아니라서 자주자주 무대 우측의 자막을 보며 오페라의 진행상황을 엿보아야 했다.

 

오페라와 뮤지컬은 공통점도 많지만 뚜렷한 차별점이 있다.오페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으로 완성 되어진 음악극 형식으로 중간에 대사가 간간히 나오지만 전체적으로 볼때 음악적 공간 안에 표현된다.거의 모든 대사도 노래를통해 표현하며 간간히 흥미를 주기위해 춤도 들어가는 오페라도 있다.그런 반면에 뮤지컬은 연극 형식을 취하며 음악과 춤으로 내용을 나타 낸다.연극처럼 음악없이 대사를 하다가 상황이나 대사에 맞는 주제를 가진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고, 그게 끝나면 또 다시 연극으로 돌아가 극을 진행한다.

 

티켓값이 15만원이나 하는 특별식을 귀와 눈으로 먹었으니 유별난 미식가라 할지라도 다음 기회까지는 인터벌을 두어도 불만이 없겠다.실로 오랜만에 오페라를 보았기 때문에 아마도 오늘 밤 꿈에서도 앵콜 공연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대우증권 WM Class 범일의 위치에서 부산시민회관까지는 20여M의 지근 거리이기 때문에 공연관람의 기회가 많아서 좋다.또한 이런 공연관람의 가치를 느끼고 있는 안목있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어서 더욱 가치가 빛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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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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