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길)등산은 스포츠가 아니라 삶의 방법이다.

- 언제 : 2010.4.10(토) 08:00~09:40
- 얼마나: 2010.4.10 08:20~09:20
- 날 씨 : 대체로 맑음
- 몇 명: 홀로
- 어떻게 :자가용 이용
황령산 생명길(인각사-바람고개-봉수대)
- 테마: 출사 트레킹
- 호감도:
★★★★

 


햇살이 서서히 드리우는 시간에 산을 오르니 산벚꽃을 비롯한 봄꽃들이 피어서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는 상당히 아름다운 아침을 보여주었다.이곳에 드니 산과 도시가 겹쳐지고,무덤과 시민들의 보금자리 및 일터가 겹쳐져 자연스럽게 사색과 철학의 분위기로 빠져든다.

 

대부분의 종교는 "회의(懷疑)하지 않는 맹신(盲信)이 바로 종교의 핵심"이라면,불교는 스스로의 노력과 깨달음으로 누구나 열반의 경지에 올라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현실적이며 과학적이다.불교는 철학적인 요소에 의한 자력적인 믿음을 열어 놓았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의가 있다.왜냐하면 종교는 "신에 대한 사랑"이라면, 철학은 "인간 자신에 대한 사랑"이라는 점에서 뭔가 양립할 수 없는 두가지요소를 불교는 잘 조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철학은 인간이 스스로 노력하여 얻은 지식,깨달은 지혜이다.철학은 모든 학문 위의 학문으로 대상이 분명하게 결정되어 있는 학문이 아니다.

 

산을 천천히 오르며 생명길의 생명에 대한 근원을 생각하며 그 원초에 대한 생각을 가지는 시각으로 딱 이 시간이 좋은 시점으로 보인다.조지 핀치는 "등산은 스포츠가 아니라 삶의 방법이다."라고 했다.철학을 좁게보면 인생관과 세계관이라고 보았을때 등산은 철학의 방법이다.평생 학생이고 싶고,훌륭한 샐리던트(Saledent:Salaryman+Student)이고 싶은 나에겐 산길을 걷는 다는 것은 일명 "풍류 리버럴 아츠 칼리지(Liberal Arts College)의 캠퍼스"를 걷고 있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회의(懷疑)는 자유로의 길의 출발점이며,자유로우면 창조성이 발휘된다.창조성이 충만한 사람이 많으면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 국민이 되는 것이니 온고지신溫故之新의 시작도 회의懷疑부터다.철학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산을 오른다.그것이 곧 풍류산행이다.

 

부산시 남구는 생태도시 남구를 위한 "그린웨이 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 있다.대부분 이미 내가 걸어 보았던 길이어서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그 중에 황령산 권역의 세가지 길 중에서 이미 사색길(남구도서관~경성대
뒤편~큰고개 쉼터)과 행복길(동광골프장~안창약수터~금련산수련원)은
걸어 본 경험이 있었지만 생명길(인각사~바람고개~봉수대)은 걸어보지
못한터라 한번 가 보고 싶었다.

 

오늘은 토요일이라서 일명 "놀토"임에도 학교로 향하는 아들이 안스러워서
학교앞까지 기사를 하였다.고3의 놀토는 평소보다 단 한시간 늦게 등교
하는 것이 혜택 아닌 혜택이다.아들을 학교 앞에 내려다주고 나는 그대로
생명길의 들머리인 문현동 벽화마을로 향하였다.

 

산으로 오르니 멀리 봉래산이 보이고 고개를 돌리니 백양산도 보인다.
지척은 온통 벚꽃들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아주 가까이는 무덤이 있고,
문현 벽화마을의 슬레이트 지붕 너머 도심의 빌딩을 건너 다시 꽃들이 핀
산으로 이어진다.





멀리 바라보면 봉래산이 신기루처럼 떠 있고,고개를 더 들어 하늘을 보면
벚꽃이 하늘을 가리고,발 아래를 내려다보면 많은 무덤들이 펼쳐진다.


 

생명길의 주제답다.아침과 어울리는 탄생의 이미지에,꽃들의 영화같은
절정 뒤로 신기루 같은 인생과 그 이후의 죽음이 겹쳐보이는 느낌이다.




아침의 햇살만큼이나 청초한 눈부심은 없다.아침의 햇살은 눈을 감아야하는
눈부심이 아니다.보고 있는 대상을 더 들여다보게 하는 눈부심이다.

 


자연의 조명장치가 보여주는 아침 산의 모습은 말그대로 환상이다.
오히려 눈부심의 근원은 햇살이 아닌 봄꽃의 빛깔때문일 것이다.



얼마나 꽃들을 많이 보았던지 오히려 초록빛의 산길이 편안하다.
그래도 짧은 시절 허락된다는 점에서 눈부실망정
꽃들을 쳐다보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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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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