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살아 있다는 것은 건강한 육체에 맑은 정신이 들어 있을 때이다.


- 언제 : 2011.1.1(토) 07:30~21:40
- 얼마나: 2011.1 10:30~18:30 (8시간)
- 날 씨 : 대체로 맑음,산 정상 주변은 강풍으로 순간 체감온도 -30도의 강추위
- 몇 명: 44명
- 어떻게 : 부산 산정산악회 동행
▷중산리-칼바위-로타리산장-법계사-천왕봉 250M 앞에 두고 중산리로 철수(원래계획:천왕봉-장터목-
백무동 계곡-백무동 주차장)

- 개인산행횟수ː 2011-1[w산행기록-264/T753]
- 테마: 신년산행
- 호감도ː★★★★

 


그동안 증권사 영업은 리테일(주식영업)이 주를 이루었으나 이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산관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증권사 영업환경의 급변시대를 맞았다.이러한 흐름은 이미 10년전부터 예고되어 있었지만 성과를 뒷받침 하는 제도 의 변화는 덜했다.별도의 자산관리직원을 두는 형태의 변화는 있었지만 모든 영업직원이 주식영업직원과 자산관리직원 구별없는 멀티플레이어의 시대로 바뀐 것이다.2011년은 성과에 따른 보수까지 획기적으로 바뀌는 명실상부한 변화를 둔 시점이다.

증권사 만큼 많은 자격증을 필요로 하는 직장이 있을까? 이러한 이유는 금융환경이 시대적 흐름에 따라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기존 20개의 전문 자격증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7개로 줄었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자격증을 요구한다.AFPK,CFP

 

신묘년이다.12지지 중에서 동쪽 방위를 의미하는 인(寅),묘(卯),진(辰) 중에서 토끼는 호랑이와 용 사이에 있다.호랑이와 용을 거느릴 수 있는 토끼는 온순하면서도 상당히 영리하는다는 이미지가 떠오른다.그 이미지 그대로 올해는 평온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런 저런 희망을 안고 신년산행을 떠난다.사실 지리산으로 향하기 전 나름대로 고민은 있었다.발의 상태가 완전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까운 황령산 일출 새벽산행 2시간 코스를 가느냐?가덕도 연대봉으로 4시간 정도의 일출산행을 가느냐? 마지막으로 힘은 들겠지만 신년이니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 위하여 지리산 천왕봉 7시간 산행을 가느냐? 하는 선택의 고민이었다.결국 눈을 보기 위하여 지리산으로 향한 것이다.나에게 눈(雪)은 마음의 더러움을 씻는 의식이요.또한 유혹이지 않은가?

 

결국 발 상태가 온전치 못하여 천천히 올랐는데,천왕봉 정상을 250M 앞두고 너무 늦은 시간이라서 백무동코스는 어렵다는 공단직원의 권고를 따라 중산리로 하산하였다.덕분에 중산리에서 산악회 버스가 있는 백무동으로 가는 택시비가 9만원 나와 신묘년 첫날부터 신묘한 일이 생겼다.지리산은 그만큼 큰 산이다.중간에 산악회와 전화통화를 하여 인월에서 만나 버스에 동승했다.사람이 살아있다는 것은 건강한 육체에 맑은 정신이 들어 있을 때이다.강풍으로 인한 순간 체감온도 영하 30도의 추위에 발가락이 동상에 걸리는 느낌이 들어 쉽게 철수를 결정한 것이 잘못이었다.신묘년, 영리하지 못하더라도 맑은 정신은 유지해야 할터인데...

 

 

1023:1045

60CM의 폭설로 인하여 공단에서는 어제까지도 출입이 금지되었다고 했는데 지리산으로
가는 도중 공단에서 와도 좋다는 연락을 버스에서 전해 들었다.만약 천왕봉으로 가지 못한다면 화엄사에서
노고단 코스는 열려있으니 그쪽을 갈 작정이었다.덕분에 한적한 산행이 될 듯한데,공단의
처사에 웃어야할지 울어야 할지....

 

중산리에서 하차하였다.방금 전까지 강풍이 불었는데 갑자기 평온해졌다는 공단직원의
말을 전해들었다.현재시각 10시 30분, 서서히 햇살이 들면서 양달이 진 곳은 봄기운
마저 느껴진다.백설을 머리에 이고 산정엔 강풍이 부는지 구름의 형상이 바람에
휘날리는 깃발 같다.



 

1111:1128

높은 키에 비하면 둘레가 상대적으로 얇은 갈색의 황인종 같은 일본잎갈나무와 흰빛의
피부미인 같은 서어나무군락을 지나며 본격적인 지리산으로 입산한다.
과거에 많은 탐방객으로 무너졌던 산길이 나무 목책으로 잘 정비되었다.






 

 

1204

나무는 세월이 오래되면 신목이 된다.나무가지들이 하늘을 향하고 있어서 왠지
염원을 담는 무속인처럼,그들도 신의 중개인의 과정을 밟고 있는 모습이다.

1207:1215

칼바람에 하늘도 얼어버렸는지 유독 푸른 빛을 보여주는데 백설의 눈이 더욱
청정한 느낌을 더한다.이러한 시기에 이곳 지리산을 오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신성한 구도의 정신이 담긴다.

1221:1242

암(巖)과 설(雪)은 겨울을 상징하는 이미지이다.여기에 오늘은 새파란 하늘과 모든 근심을
떨궈낸 나무가 조연 역할을 한다.




 

 

1320:1334

법계사 인근에 오니 눈보라가 강풍에 휘날린다.눈 뜨기가 쉽지 않다.바람에 몸이 휘청
한다.법계사 일주문 뒤로 적멸보궁이 보인다.



 

1457:1513

뒤돌아 보니 산은 의연하게 앉아 있고 ,구름은 토끼 만큼이나 빠르게 움직인다.
강풍의 음향소리는 하늘을 찢을 듯 울부짖는다.




 

 

1518:1526

햇빛에도 불구하고 찬 기온과 나무 숲이 만들어내는 응달로 인해 순백의 눈들이
고스란히 보존된 숲길에 섰다.눈길 속으로 걸어간다.강풍에 울부짖는 소리가 가득하고
구름은 사정없이 내동댕이 쳐지며 급히 산을 넘는다.

 


라디오의 일기방송을 들어보니 현재 지리산 천왕봉 코스는 열렸지만 정상 부위는
체감 온도가 영하 30도 정도이므로 필히 방한복을 챙겨와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1531:1537

이곳에 오니 하늘은 세찬 바람에 멍이 들었는지 새파랗게 질렸다.
산이 병풍이 되어 조금 양달진 곳에 새 한마리는 목을 움쳐렸지만
개구리 같이 생긴 바위 앞에 앉아,여기까지 온다고 고생이 많았다는
인사를 하는 것 같다.바위 위에 앉아있는 새이름은 "어치"라고 한다.

다른새의 울음,사람의 목소리도 흉내낼 수 있고 겨울에 대비하여
도토리를 저장해두는데,어치가 찾지못하면 도토리가 싹이 튼다고 한다.



그렇지만 응달진 곳에 세차게 부는 강풍에 노출되면
순식간에 몸은 얼어붙는다.산 아래에서는 봄 같은 날씨였는데 정상 가까이
오르니 체감온도 영하 30가 실감난다.





 

 

 

1551:1600

공단직원을 만났다.지금 시각이 늦었으니 바로 하산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래서 산악회 버스가 백무동 주차장에 있고,정상이 가까우니 그대로 오르겠다고
했더니 난색을 표한다.중산리에서 버스가 있으니 이길로 하산해서 부산으로 가면
된다고 한다.결국 철수를 결정하고 내려오니 천왕봉이 0.3km라는 이정목이 보인다.
아마도 정상 250M 정도까지 접근한 모양이다.

 

바람은 세차게 불어오고,산을 내려올수록 거꾸로 기온이 올라감을 느낀다.
춥고 배고픈 산행이다.산중에서 어두워졌다.랜턴으로 불을 밝히며 내려온다.
막상 중산리로 내려오니 오후 6시 30분 정도 되었는데 백무동으로 가는 버스는 없고
택시가 있어 백무동으로 가는 요금이 얼마냐고 물으니 9만원이라고 한다.
백무동으로 가는 도중,인월에서 산악회 버스를 만나 부산으로 돌아왔다.




 

 

18:30

신묘년 첫 산행이 정상도 밟지 못하여 올해 한해가 걱정스러울수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세상사 계획한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고,
예측하지 못한 흐르는 삶도 풍류이다.

 

천왕봉 정상은 내가 지리산으로 간다고 결정한 그 순간에 이미 올랐던 것이다.
발 상태와 오른쪽 무릎상태가 좋지 않아서 고민을 거듭했지만 고민의 결과,
지리산으로 향한다고 결정 했을때,이미 내 자신을 넘어섰다.

 

진행한 만큼 올랐고,결과적으론 이상하게 되었지만 무리한 산행의 결과를 우려한
공단측의 지도에 감사드린다.

 

장애물도 너무 쉽게 뛰어넘는 토끼처럼 올 한해 어려움도 단숨에 극복하는 한해
되시길 기원한다.

 

*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賀正 辛卯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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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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