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dingPhoto


남명 조식이 18년을 거처하고 후학을 가르친 산해정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보기로 했습니다.

산해정은 남명 조식 선생의 처가가 있던 곳입니다.


물론 가는 길에 문화재들이 보이면 당연히 가는 길에 탐방을
하기로 합니다. 





봄볕이 따뜻하고 미세먼지 보통 수준이니 라이딩하기에는 참 좋습니다.
봄볕이 닿는 곳마다 꽃이 모두 피고 있습니다.

배화학교의 벚꽃은 이미 피었고 삼락 강둑의 벚나무도 이미 약간 피는 꽃도 있습니다.
벚꽃을 보려는데 나무 아래쪽에 순서를 바꾸어 철쭉이 활짝 피었습니다.  




화명대교와 대동시장을 지나 한참을 달리니 새로운 도로와 만납니다.


이때 도로 우측 도로변에 "진주 강씨 문중 효열비"가 보입니다.
(소재지:김해시 대동면 초정리 원지)

비석은 3개입니다.안내문을 보니 문중의 효행과 충훈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인 1922년 조선총독부의 공부자연원유림록오륜행실발행소
(孔夫子然源儒林錄
五倫行實發行所)에서 경남 유림들이 추천한 행장을 토대로
엄격한 심사 후에 건립한 것인데 강득대,강성대 두분의 효행을 기리는 비석 2기와 

강득대의 손자 강홍수의 충훈을 표창하는 비석1기(사진)가 있습니다.
건립시기는 각각 1924년,1925년입니다. 





김해예안리고분군(金海禮群)은 가야시대 고분군인데
지금은 그냥 운동장처럼 평지 상태입니다. 




드디어 산해정에 도착했습니다.


남명 조식 선생은 “경()으로 마음을 곧게 하고, 의()로서 실천하라.”고 가르쳤습니다.
남명사상은 "경의"로 대변됩니다.

경의는 아는 것에 그치지 말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제자들에게 강조한 것은 철저한 자기 절제를 통해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강한 절개와
의리였는데 
남명학파의 이러한 과격한 실천지향적 성향 때문에 붕당정치의 장을 여는데
한 몫을 했지만 동시에 그러한 기질 때문에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많은 조식의 문인들
예컨대 곽재우(
) · 김면() · 정인홍() · 조종도() · 박성무() 등
이외에도 많은 문인들이 대거 의병으로 활동하여 구국투쟁에 동참했습니다.


남명 선생은 주자학,성리학,천문,지리,병가,의방,노장학까지 두루 섭렵하여
호방한 학풍을 이루었습니다.




산해정에 대여섯번 와보았지만 항상 문이 잠겨 있어서 불만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진덕문이 열려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오래된 미래 산해정의 나래를 펼치는 시발제(始發祭로 추정)"가 걸려있고

주최는 "산해정 인성문화진흥회"입니다. 
 




산해정은 남명 선생의 정신과 젊음이 남아있는 곳입니다.
세속살이에 흔들릴 때 산해정에 올라 낙동강을 내려다보며 상처를 씻어내렸겠죠.


개울 건너 산해정을 보니 가장 뒤에 숭도사(崇道祠,사당)이 있고 바로 앞은 지숙문(紙肅門)이
보이고 중간에 신산서원(新山書院)인 산해정(山海亭)이 있습니다.
좌우 기숙공간인 유위재(有爲齋),환성재(喚醒齋)가 있습니다.

환성(
醒)은 "부를 환"에 "술깰 성"으로 불러 깨우다는 의미입니다.. 각성覺醒하게 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입구문에 해당하는 진덕문(進德門)이 있습니다.진덕문 앞 좌측엔 남명선생시비가 있습니다.


남영선생의 저서는 "남명집,남명학기,유편,파한잡기,시명사명,혁대명,계복당명,패인명"이 있습니다.




산해정 개울 넘기 전에 혜향선원(慧香禪院)이 있는데
400년된 모과나무가 있습니다.

길가에서 사진을 찍으니 선원 관계자로 보이는 여성분이
안으로 들어와서 찍으라고 친절하게 다가오며
400년 나무 수령을 알려주었습니다.




모과나무 아래 검은 개 한마리가 짖지도 않고 심드렁하게 쳐다보더니
이내 관심사항이 아닌지 고개를 돌립니다.





산해정이 있는 원동마을 입구에 보이는 큰 바위들이 일주문처럼 놓여 있습니다. 



뒤는 산이고 앞은 하천인데 산해정은 대나무 숲 때문에 가려 있습니다.
맨 우측 지붕만 조금 보입니다.


대나무를 보니 산해정 진덕문의 남명조식시비 내용이 떠오릅니다.


() 種竹山海亭 산해정에 대나무를 심으며

 

此君孤不孤(차군고불고)

髥叟則爲隣(염수칙위린)

莫待風霜看(막대풍상간)

猗猗這見眞(의의저견진)

 

대나무는 외롭지 않을까

소나무가 이웃이 되어 있는데,

바람 불고 서리치는 때가 아니더라도

싱싱한 모습에서 참다움 볼 수 있네.


세한삼우 소나무,대나무,매화나무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이 산해정이며 
지금 이 시기는 꽃이 핀 매화나무까지 볼 수 있습니다.


* 此君은 '이 친구'라는 의미로 대나무를 이르는 말,
   髥叟은  '수염난 늙은이'란 뜻으로 소나무를 가리킴. 




연초록 잎마저 꽃처럼 보입니다.



되돌아 나오다 대동근처 다리 밑에서 자전거 타이어가 못에 찔려 평크가 났습니다.
황당하던 차에 지나가던 라이더 2분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타이어를 빼보니 
못에 찔린 자리 안의 튜브는 펑크난 자리가 안보입니다.

그때 농협조합장 선거에 나온 정창호 2번 후보가 자전거를 타고 홀로 유세를 위해 
농로를 다니다 우리 일행을 보게 됩니다.

전화로 친구로 보이는 분에게 전화를 하여 1톤 포터를 불러주고
자전거수리점까지 자전거를 운반해주었습니다.

아직 촌 인심이 살아있어서 고마웠습니다.

대동시장은 대동국수로 유명한 곳인데 시장 내에 자전거 판매,수리점이
간판도 없이 
있었습니다.

수리를 하는 분은 연세가 드신 분이었는데 차분하게 설명하며 

꼼꼼하게 타이어 튜브를 고쳐주었습니다.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오는길에 "구포장터 3.1운동기념비"를 보았습니다.
낙동강변의 장터에서 지역 청년들이 주도하여 일으킨 만세운동은 천여명 장꾼들과 함께 
"대한독립만세"를 불러 왜경의 총칼 앞에서도 맨몸으로 싸웠고,그들에게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하고 옥살이를 해야 했습니다. 



봄이 끝나갈 무렵 피는 명자나무마저 피고 있어서 순간적으로 놀랐지만 
이미 철쭉마저 피고 있으니....


春光無處 不開花(춘광무처 불개화)
실로 봄볕 이르는 곳마다 꽃피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명자나무(산당화)는 4~5월에 피어야 하고 철쭉은 5월에 피어야 하는데 지금은 3월 초순인데도 피었습니다.


명자나무(山棠花)는 보시다시피 화려하고 요염하여 이꽃을  
도련님 방 앞에 심으면 마음이 설레어 책을 읽을 수 없고
아기씨 방 앞에 심어 놓으면 바람이 난다는 설이 있어
멀리 바라 볼 수 있도록 밖에 심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예쁜 것도 죄라면 무기징역감이라 할 만합니다.
빼어나게 아름다운 자태와는 달리 "평범, 신뢰, 겸손"이라는 의외의 꽃말을 지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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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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