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노거수)고목의 세월만큼 쌓여진 이야기가 역사만큼 흥미롭다.

 

- 언제 : 2015.7.18  08:10~ 13:30
- 얼마나: 2015.7.18  08:50~12:35
- 날 씨 : 대체로 맑음
- 몇 명: 홀로
- 어떻게 :자가SUV



 부산→ 예안리고분군→대동면 시례마을→산해정→초정리→관천재→외동 →
    생림면 창암마을→장날돼지국밥→생림면 안양리→부산

   

김해의 노거수를 찾아나섰다.노거수老巨樹는 사전적 의미로 "수령樹齡이 많고 커다란 나무"를 뜻하며 구체적으로는 "나무의 수령이 오래된 당산목,풍치목,정자목 등의 나무"를 일컫는 말이다.

 

나무는 오랜것일수록 안에 있고 갓 태어난 것은 겉에 있으니 나이가 들수록 멋진 모습을 보인다.속은 썩어 텅텅 빌지언정 겉은 나무가 가진 것 중 가장 싱싱한 것이다.나이테는 안에서 밖으로 생기는 법이다.

 

오늘은 7월 18일이다.현재의 시점을 말한다면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중 무(戊)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본다.무戊는 곧 무茂이니 나무 혹은 식물들의 잎이 무성하게 커질대로 커진 상황이다.이 시점에서 좀더 진행되면 기己의 단계로 접어들 것이고 기己의 단계에서는 푹푹찌는 날씨라 답사길도 힘들게 된다.

김해의 노거수 중에 이미 다녀온 신천리와  천곡리 이팝나무와 김해건설공고의 와룡매는 제외하고 나머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이팝나무는 5월에 꽃필때 가면 좋고 와룡매는 3월에 매화가 꽃필때 가는 것이 좋다.

부산의 노거수들은 신목이 많았고 그 신목 근방은 점집을 비롯한 무속인들의 집결지 같았는데 오늘 돌아보니 김해의 노거수들은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일 만한 사랑방 구실을 하는 쉼터가 많았다.

노거수가  있는 곳은  노거수와 관련된 전설 혹은 설화가 하나쯤은 있을법한 곳이어서 근처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자연스럽게 스토리텔링이 가능했다.자가용 차량으로 부산근교 반나절 정도 답사를 해 볼 만한  곳이니 관심있는분들은 한번 다녀 올 것을 권한다.


맨 처음 간곳은 편두偏頭로 유명한 예안리고분군이다.

 

예안리고분군:경남 김해시 대동면 예안리 369-6

 

 

온통 망초들이 고분군을 덮어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예안리고분군에서 일단 예안천으로 간 후 예안천이 나오면 좌측으로 꺽어 시례마을 안쪽으로 간다.
시례마을 경로당이 보이면 이미 눈썰미가 있으면 예사롭지 않은 나무가 바로 보인다.
시례마을 경로당 앞 예안교 작은 다리를 지나면 바로 마을에 하나쯤은 있을법한 정자나무 아래 쉼터가 보인다.

 

시례마을  푸조나무: 경남 김해시 대동면 예안리 시례마을 경로당 근처

 

한눈에 보아도 흡사 인간 군상들의 표정을 모아 놓은 듯한 나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보는 방향에 따라서 한그루 같기도 하고 두그루 같기도 한 모습이다.

예안리는 원래  시례리였으니 이곳  시례마을이 예안리의 근원이라고 할만하다.
푸조나무는 동쪽 촌락의 들머리를 지키고 있는데 거목 두그루가 뻗어 지상 3M에서 합쳐져 있어서 
연리목連理木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한그루의 몸통이 두갈래로 나누어진 나무이다.
2003년 매미 태풍때 가지가 부러져나갔는데 부러진 가지를 치우기 위해 스님들을 모셔다 독경을 하고
"의식"을 치뤘다고 하니 주민들에게 이 푸조나무는 그야말로 신목인 셈이다.

그 흔한 보호수  표지석도 안보이고 그냥 쉼터 옆에 키다리아저씨처럼 서 있어서  생긴 모습과는
다르게  친근하게 느껴질 것으로 짐작된다.

이 푸조나무는 허씨許氏들이 심은 "허둥나무"라고 하는데 허둥나무의 의미는 "허씨들이 심은 둥구나무"
라는  뜻이라고 전해진다.이곳에서는 당산할배할매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이 마을의 수호신이다.
수령 430살이라고 한다.임진왜란 이전에 심어진 나무이니 임진왜란과 관련된 이야기도
나오는 것이다.

 

 

 

내가 사진을 찍는 동안 몇 명의 등산객들이 푸조나무 옆 쉼터에서 휴식 후 다시 길을 나서는 모습이다.

 

 

 

 

 

볼수록 매료되는 모습이라 내가 그동안 답사한 나무 중엔 가장 많은 사진을 찍었다.

 

 

 

 

 

산해정:김해시 대동면 주동리 682

 

산해정은 남명 조식의 유적지이다.이곳에서 후학 양성을 위하여 강학을 하였다.
진덕문이 잠겨져 있어서 안에 들어가보지는 못하였다.이곳 산해정 맞은 편에  혜향선원이 있다.


차를 몰아 산해정으로 가다보면 10여M 못가서 좌측에 유럽풍 건물이 보이는데 그곳 마당 한가운데에
모과나무가 있다.그 모과나무를 보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혜향선원으로 가는 사이 길옆에 산딸기가 가득하다.


 

 

 

혜향慧香선원은 이쪽으로 오다보면 "반냐라마"라는 이름이 보이는 곳이다.
수행하는 선원이다."SATI Pannarama"라는 글이 보인다.

싸띠(Sati)는 팔리어이고 한자로는 念으로 우리말로 해석하면 "알아차림"이라고 한다.
싸띠수행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직관하는 것을 배우는 부처님 정통 수행법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확실치는 않지만 현교가 아닌 밀교로 보인다.

 

혜향慧香이라 지혜의 향기라는 의미이니 수행공간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이곳 모과나무는 모과가 실제로 육안으로 보아도 몇 개 열려있다.
수령은 300년이라고 한다.

 

 

 

 

이제 초정리로 향한다.그런데 이미 왔던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으로보니
이글을 읽고 부산에서 출발하는 분은 시례마을의 푸조나무를 본 후 초정리를 돌아보고
산해정 근처 혜향선원으로 오는 것이 좋겠다.

 

초정리 팽나무김해시 대동면 초정리 580-1

 

초정리의 팽나무는 수령 270년의 보호수로 나무 근처는 쉼터와 생활운동기구들이 놓여있다.
개울가 옆이어서 수량이 풍부하여 나무도 생동감이 넘친다.

 


 

관천재 배롱나무경남 김해시 삼안동(삼방동)  599 (신주소: 경남 김해시 삼안로 297번길 30-18 )

삼방동의 삼방三芳은 세가지의 꽃다울 사연이 깃들어 있는 이름이다.
임진왜란 때 아버지, 아들, 며느리가 화를 당하여 충신, 효자, 열녀가 동시에 생겼다는 데서 유래한다.
그 아름다운 이름 세분의 넋을 기리는 사당이 바로 이곳 관천재이다.


 

관천재 활수문 안으로 들어가면 건물이 하나 나오고 그 건물 뒤로 문을열고 들어가면 500년 배롱나무가 있다.
부산의 정묘사 700년 부산진배롱나무와 비교하면 다소 왜소하지만 삼방을 기리는 장소에 있는 500년 수령의
배롱나무이니 그 의미가 반감되지는 않는다.

 

 

배롱나무는 "백일홍나무"이다.백일홍꽃(풀꽃)은 따로있다.
붉은 꽃이 화무십일홍이라 10일이면 지지만  다른꽃이 또 피고해서 100일간 피는 꽂이다.
그렇게 100년이되면 원래의 나무는 죽고 그속에서 새로운 어린 나무가 올라와서 새롭게 100년을 이어간다고 한다.

그렇게 하여 김해 삼방동 관천재의 배롱나무는 500년이 되었고
부산 정묘사 부산진배롱나무는 700년의 역사를 이어가는 것이다.
실로 불사조 같은 나무이다.

 

 

 

외동 팽나무김해시 외동 1144

김해에가면  노적봉처럼 우뚝 솟은 임호산이 있고 그 임호산 중턱에 흥부암이 있다.
그 흥부암 아래 마을이 있는데 무점마을이다.
감해시 외동 무점마을에  수령 230년의  팽나무가 있다.혹이 많이 보이고 외과수술도 한 흔적이 보인다.

 

 

 

 

창암마을 성황당 팽나무 경남 김해시 생림면 안양리 창암마을

 

창암마을은 무척산 자락에 있는데 "무척산관광예술원"으로 팜스테이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창암고택이라는 현판이 달린 집도 보인다.

오늘도 일군의 어린이들이 팜스테이 체험을 왔는지 왁자지끌하다.

상당히 외진곳이었지만 지금은 이곳으로 곧장 오려면 삼랑진IC로 들어오면 빠르다고 한다.

이곳의 마을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산중턱 성황당 당산 앞에 팽나무 한그루가 보인다.
수령 300년이다.


근처까지 가는길을 몰라 망원렌즈로 찍었다.


 

 

 

 

아침부터 제법 여러곳 답사를 하면서 걷고 사진을 찍다보니 시장기를 느낀다.
홀로 답사를 나와서 홀로 식사할 수 있는 돼지국밥집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곧 거짓말처럼 돼지국밥집이 나온다.


 

생림면 창암마을에서 안양리로 가는 사이 중간에 "장날돼지국밥"집이 있다.
일요일은 쉰다고 하는데 오늘은 다행히 토요일이라 영업을 하고 있었다.

건물은 주변 공장의 조립식 건물처럼 단순한 외형을 보이는데 주차장도 넓고
점심시간이라 제법 활기가 차다.

이런 촌구석에 이렇게 큰 돼지국밥집이라니..다소 놀랐지만 안으로 들어가보고 깜짝놀랐다.
손님들이 많았고 빠른 회전율을 위하여 반찬은 따로 한곳에 두고 셀프였다.


배추김치,깍두기,양파,마늘,된장,세우젓,아삭고추,땡초고추를 담아 자리로 오니
곧장 돼지국밥과 부추겉절이가 나온다.

보통 식사전에 "맛있게 드세요."라는 식당들이 있는데 이건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
맛없게 차려놓고 맛있게 드시라고 강권하는 느낌이라서 그렇다.

그런데 이집은 달랐다.

식사 후에 아주머니가 맛평가를 묻는다.

"맛있게 드셨나요."
"네..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찾아주세요.

입발린 말이 아니고 정말 맛있었다.
셀프로 하여 가격은 6,000원으로 저렴했는데 계산할 때 벽을 보니
이렇게 적혀있었다.

"반찬은 셀프이니 남기지 마세요.만약 남기면 1,000원을 더 받습니다.
음식을 남기면 지구가 아픕니다."


 

 

 

 

식사도 든든히 하고 커피한잔까지 마시며 휴식을 취한 후 안양리로 향하였다.

김해 생림면 안양리 회화나무(팽나무)
경남 김해시 생림면 안양리 528-1 

 

예로부터 회화나무는 학문과 벼슬을 상징해 온 길상목吉祥木이다.
중국 주나라때 조정에 세그루 회화나무를 심고 그 앞에 정승을 앉게 한데서 유래되었다.

이곳 회화나무는 수령 300년으로 두그루처럼 보이는데 아래를 자세히 보니
뿌리가 붙은 듯이  보이는데  확실치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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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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