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55년 부처님 오신날)잔잔한 물이나 파도는 모두 인간이 만들어 낸 거짓 이름에 불과하다.

- 언제 : 2011.5.10(화) 11:00~14:00
- 얼마나: 2011.5.10 11:30~13:30
- 날 씨 : 흐림,비가 오락가락
- 몇 명: 가족동반
- 어떻게:자가SUV이용 성암사와 근처 문현 벽화마을을 감.
▷성암사-문현벽화마을

 

오늘은 석가탄신일,초파일日이다.초파일의 의미는 "첫 8일"이라는 의미다.석가는 BC 563년 음력 4월8일에 태어났는데 사실 자월(子月:지금의 음력 11월)을 정월로 치던 때의 4월8일은 곧 인월(寅月:지금의 정월)을 정월로 치는 2월8일이다.

 

2월8일이 정확하겠지만 불교의 종주국인 인도는 음력 4월8일을 기념하고 있고 있고, 우리나라도 음력 4월 첫 8일을 초파일로 기념하고 있다.1956년 제4차 세계불교대회에서는 양력 5월15일을 석가탄신일로 결정하였고 UN에서는 양력 5월 중 보름달이 뜬날을 정하기도 하여 약간씩 기념일의 차이가 있다고 본다.

 

전날 밤 읽었던 책 중에 "중국 근현대불교사의 선지식 허운"이 감명깊었다.허운(虛雲·1840~1959)스님은 청나라 말기 암울한 시대에 태어나, 국민당과 공산당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의 복판을 건너, 뒤이어 불어 닥친 문화혁명의 광풍을 맨몸으로 견뎌야 했던 불운한 선지식이었다.중국에서 불교가 거의 사라질 위기에서 임제종 43세, 조동종 47세의 법맥을 이은 스님은 불교를 미신이라 치부하며 사찰과 불상을 때려 부수던 그 시절, 굴욕적인 자아비판에 이은 폭력까지도 모두 사랑으로 감싸 안은 분인데,조주 스님처럼 120세까지 중생들과 함께 했다.

 

딱 한마디로 표현하면 만약 허운 스님이 없었다면 중국의 선禪은 끊어졌을 것이다.

 

"류사오보 중국을 말하다."라는 책을 보면 왜 중국이 과거를 부정하며 문화재를 파괴했는지 알 수 있다.1949년 중국 공산당이 정권을 잡을때까지 100년동안 중국은 혼란에 빠져있었다.우선 서구 열강의 군함외교에 중국은 굴욕을 당했고 서양의 선진문물을 처음 접한 중국인은 "서양의 과학과 기술"을 도입하자는 양무운동을 일으켰지만,청일전쟁에서 청군이 패하면서 또다시 외세에 무릎을 꿇었다.

 

선진 철갑군함으로 무장한 북양수사北洋水師로도 나라를 구할 수 없자 중국인은 물질의 선진화가 아닌 제도의 폐단에서 문제점을 찾기 시작했고 결국 "입헌구국"의 길을 선택했다."신해혁명"의 혼란한 시대상과 원세개(위안스카이)의 황제칭호에 실망한 중국인은 "물질"과 "제도"에 이어 문화적 병폐에 대해 깊이 반성했다.유교가 군주제 이데올로기를 옹호하는 "사람을 잡아먹고" 나라를 망하게 하는 원흉이 되자 중국인은 "5.4 신문화운동"이 지지하는 "과학과 민주"사상을 통해 공자의 유교를 타도하고자 한다.

 

이후 문화대혁명 시기(1966~19876:"문화대학살"이라는 표현이 옳다)는 완전히 마그마가 폭발했다고 보면 그 이전 부터 중국 인민들 사이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점차 무르익어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허운스님이 112세였던 1951년 2월24일에 운문사변(허운이 대각사에서 공산당에게 구타당한 사건)이 있었던 시기는 중국 공산당이 정권을 잡고 2년 정도 지난 초기시절이었다.

 

그리고 지금 중국은 폭력의 악순환처럼..맞고 자란 아이가 가해자가 되듯이 과거 이런 역사들 ..대표적으로 아편전쟁의 치욕을 극복하려는 중국이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으로, 1980년대 중국의 대외정책을 일컫는 용어.)이후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며 전투적인 애국주의로 본격 표출되는 시기가 거의 다 된 듯하다.요즘 중국 네티즌들 보면 홍위병 같다는 생각이 든다.역사적 관점으로 볼때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지만....

 

그건 그렇고 여하튼 허운스님이 출가한지 20년이 넘도록 깨닫지 못한 부끄러움과 돌아가신 어머님의 극락왕생을 위하여 중국 보타산에서 오대산까지 2년간 4,000km을 삼보일배(세걸음 걷고 오체투지五體投地)를 하셨고 이후 제자들에게 이런 말을 하셨다.

 

"하나의 나쁜 습관을 버리면 곧 하나의 광명을 얻을 것이요,열개의 번뇌를 참아내면 곧 정각에 오늘 수 있다.".

책에는 이런말도 있다."재난을 겪을때마다 기쁘게 받아들여야 한다.재난은 곧 단련이다....나는 행운이 많은 사람이다.번뇌는 깨달음이고,재난은 오히려 행복이다."라고 하신 분이다.

 

1895년 스님이 56세 되던 해 겨울,사미가 다관으로 따라주는 차를 받다가 뜨거운 찻물이 손에 튀어 찻잔을 떨어뜨리고,잔 깨지는 소리에 올연 깨달음으로 오도송을 읊는다.

 

"잔이 바닥에 탁 떨어져/깨지는 소리 분명하고 뚜렷하니/허공은 산산히 부서지고/허황된 마음 그 자리에서 고요히 쉬었네. 끓는 물이 손에 튀어 잔을 깨트리니 /집은 부서지고 사람은 죽은 듯 입이 있어도 할말을 잊었네/봄이라 꽃향기 곳곳에서 가득하니 / 산하대지가 그대로 부처일세."

 

조고화두(照顧話頭ㆍ화두를 비추어보라), 염불시수(念佛是誰ㆍ염불하는 자는 누구인가).스님의 법문에서 자주 등장하는 화두는 염불시수이다.이 네글자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誰)!.이 "누구인가?"화두는 참선의 묘법이라고 한다.

 

특히 책 뒷부분에 나오는



"무엇을 화두라고 하는가? 화話는 말이요,두頭는 말하기 이전이니,이른바 화두란 곧 한 생각도 일어나기 전이니,한 생각이라도 일어나면 화미話尾가 된다." 부분과 중간중간 글을 생략하겠지만

 

"잔잔한 물이나 파도는 모두 인간이 만들어 낸 거짓 이름에 불과하다...물고기는 물(水)을 공기라고 부를지도 모른다.물(水)은 물(物)이고,마음이다.유有는 곧 무無요,색色은 곧 공空이며,망忘은 곧 진眞이요,번뇌는 보리요.중생이 곧 부처다....어리석은 미혹에 빠져 있을때 마음(唯心)은 물(唯物)이고,무는 유가되며,공은 색이고,진은 망이며,보리는 번뇌가 되고,부처는 중생이 된다.마치 물이 세차게 용솟음 칠때 파도가 되는 것과 같다.그런데 깨달았을 때는 물(唯物)과 마음(唯心)은 하나요.색과 공이 하나이며,망과 진이 하나이고,번뇌와 보리가 하나이며,중생과 부처가 하나이다....따라서 유심唯心과 유물唯物,유신唯神과 무신無神은 모두 마음에서 분별해 낸 것에 불과하다.자신의 심성을 밝힘(明心性),청정한 본연(淸淨本然)이라고 하는 것은 중생 모두가 본래 가지고 있는 여래의 진실한 체體와 덕상德相이다.단지 망념이 일어나면서 사사물물을 만들어낸 것이다.그래서 불교에서는 심성心性을 각성覺性,법신法身,실상實相이라고 한다." 부분이 나를 한단계 눈을 뜨게 만들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비불자에 가까운 불자이지만 나에겐 소중한 마음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전날 늦게 까지 책을 읽어서 10시쯤 눈을 떴다.씻고 법복으로 갈아 입은 후
내가 경남불교대학을 졸업한 성암사로 향한다.비가 오락가락하여
내가 예상한 것 보다는 불자들의 모습이 적었지만 작은 절치고는 신자가
많은 곳이다.백만불자 서원을 세운 사부 응현스님의 공덕이다.



법회가 진행 중이고,같은 기수의 도반들과 인사를 한다.점심공양 줄을 선
모습이 장사진이고 도량엔 연등이 가득 달렸다.오후에 있을 산사음악회 무대엔
연꽃이 곧게 단장되어 있다.

 

점심 공양을 끝내고 가족들에게 절집 구경을 시켜 준 후 인근 문현벽화마을로
향한다.

 



부산 문현동 벽화마을은 경사가 심한 산이다.옛날 공동묘지터였기 때문에 곳곳에
묘지가 있다.꼬불꼬불한 경사도 높은 곳을 걷지는 않고 능선길 같은 중간길만
다녔다.그래도 땀이 무척 흐른다.비가 오락가락하면서 습도가 굉장히 높은 상태
에서 초여름 온도 탓으로 상당히 후덥지근했기 때문이다.

이곳도 사람 사는 마을이라서 별별개 다 있다.아주 작은 암자 같은 아주 작은
절집도 있고,조그마한 구멍가게,오리집,도사견 키우는 곳 등등.



마을 안쪽에는 "전포돌산공원"이 있다.이 공원은 작지만 상당히 잘 꾸며져 있다.
작은 야외공연장도 있고 나무에 걸려 있는 원색의 새집도 예쁘다.
이곳에서 보면 산 아래를 조망하기 좋고 무엇보다 시원한 바람이 있어서 좋았다.


서면을 비롯한 높은 빌딩등도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은 판자촌 같은 느낌인데 이 공원은 부촌의 정원 못지않게 잘 꾸며져 있다.



전포돌산공원에 서서 시내를 내려다보니
"생사 윤회를 아프게 생각하고 역경속에서 깨달음을 이룬"분들이
나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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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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