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명수목원)어느새 감기 기운처럼 스며드는 가을

- 언제 : 2011.10.16(일) 14:00~16:30
- 얼마나: 2011.10.16 14:40~15:20
- 날 씨 : 맑음
- 몇 명: 가족동반
- 어떻게 : 자가 SUV이용
▷화명식물원-삼락동 할매재첩식당

 

분명히 무리를 하였다.그것도 환절기에...과천연수원 합숙연수 열흘을 마치고 집으로 가지고 온것은 자신감 상실과 독감이었다.부산에 내려오자 마자 독감에 심해져 어질어질한 가운데서도 사흘을 근무했다.그러나 점점 심해져 예정보다 일찍 병가 겸 휴가를 냈다.일단 몸을 추스리고 나면 차분히 학습의 점검을 하려는 의도였다.편안하게 마음을 먹었지만 독감은 지독하였다.

 

체력과 정신력 모두 바닥난 것을 이미 간파했는지 병세는 사흘을 꼬박 밤낮주야로 인후통,기침,발열,두통,오한,식욕부진을 동반하며 괴롭혔다.특히 현기증을 동반한 두통은 글 한줄 읽기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600시간 공부,10차에 걸친 과천 나들이연수,15권의 5,000페이지 책,마지막 남은 세번의 합숙연수 중 한번을 넘긴 상태이다.시험은 이제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중요한 시점에 마음은 급한데 일주일째 병세의 공격을 받고보니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진다.기침과 인후통은 여전하지만 어느정도 두통은 사라진 상황에서 반신욕을 하고 땀을 흘린 후 약을 먹고 이놈의 독감을 뿌리뽑기 위해 화명수목원으로 향한다.부산은 수목원이 몇개 산재해있다.그동안 대연수목원,금강식물원이 부산을 대표하는 수목원이었지만 면적으로 보면 올해 개장한 화명수목원이 앞으로 부산을 대표하지 않을까?

 

화명수목원에 도착하여 정신이 들고 보니 가을이다.이해인의 "가을노래" 마지막 싯귀절처럼...


 

(중략)

어느새 감기기운처럼 스며드는 가을

하늘은 높아가고
가을은 깊어가네.

 

 

아치교 아래로 대천천의 계곡에 있는 바위들이 사뭇 웅장하다.그속을 흐르는 물소리는
가을답게 여유가 묻어난다.

다리를 건너 길을 따라 오르니 갖가지 수목과 수목의 이름들이 재미있다.
애기부들,수크렁,캐리안드라,파키스타키스,물칸나,구상나무,부용,바나나,
나리,헬로코니아,붓꽃,오척바나나 등. 특히 돈나무도 있다.왜 돈나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가을이라 그런지 야외의 식물들은 꽃이 별로 없어 아쉽다.

꼭대기 까지 올랐다 다시 내려오니 상계봉이 마주한다.바닥났던 체력이
현실을 극복하고자 무수한 땀들을 배출해낸다.수목원 안에서도 이곳은 무척 조용하다.
그래서 수목원의 느낌이 더 난다.고요함이 곧 자연의 모습(希言自然)이니

온실로 들어가니 남국의 식물들이 눈에 들어온다.특히 오척바나나는 꽃이 보인다.

 

가을이지만 화려한 햇살에 빛나는 꽃들도 상당하다.그렇지만 모두 인간의 손에 의해
가꾸어진 것이다.그래서 화려하지만 내 눈엔 의미가 없어 보인다.
험한 길을 견뎌낸 것이 아니므로...

 

역시 산을 오를때는 험한 길을 견디어내어야 제맛이다.견디어내지 않으면
가시덤불이나 구렁텅이에 떨어질 수 밖에 없다.화명수목원의 아름다움의
궁극은 대천천의 바위였다.그래서 견딜 내耐 자 한 글자를 얻어 붙잡고 간다.

P/S

■ [채근담(菜根譚)전집 제182장]

산에 오를 때는 험한 길도 견디어내라

語云, 登山耐側路 踏雪耐危橋. 一耐字 極有意味
어운, 등산내측로 답설내위교. 일내자 극유의미

如傾險之人情 坎가之世道 若不得一耐字撑持過去
여경험지인정 감가지세도 약부득일내자탱지과거

幾何不墮入榛莽坑塹哉
기하불타입진망갱참재


[해설]
옛말에 이르기를 산을 오를 때는 비탈길을 견디고
눈을 밟을 때는 위험한 다리를 견뎌라 고 하였으니
이 견딜 내자 에 무한한 의미가 들어 있다.
만약 기울고 험악한 인정과 험난한 세상길에서
이 내자 하나를 얻어 의지하여 지나가지 못한다면
어찌 가시덤불이나 구렁텅이에 떨어지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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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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