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미륵산)앓지않고 아는 아름다움은 없다.

- 언제 : 2011.11.4(금)~11.5(토)
- 얼마나: 2011.11.5 10:00~11:20
- 날 씨 : 비 온후 흐림
- 몇 명: 20여명
- 어떻게 : 대우증권 동래지점 야유회
▷통영 마리나-미륵산 케이블카

 

 

통영 마리나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인근 횟집에서 저녁을 먹었다.어둔 밤 빗소리를 들으며 술로 긴장을 풀고 싶었지만 직장의 야유회라는 것이 조직의 끈이 있어서 마냥 편하게 두질 않는다.수차례의 건배가 돌고 혈액이 알코올성분으로 변해가니 술힘으로 밤 늦게 놀게 된다.

 

아침 일찍 눈을 떠보니 비는 그쳤고 구름 때문에 어스름 푸른 여명이 밝아온다.호텔 창문 밖으로 바다가 보이니 묘한 느낌이 든다.이른 아침 배들은 고기를 잡으러 바다 위로 부산하고 아침은 충무김밥으로 통영의 별미를 대하였다.

 

전날의 과음을 진정시키며 또 다른 통영의 명물 꿀빵을 맛보고,미륵산 케이블카에 올랐다.케이블카는 상당히 긴편이었다.그래서 구간 구간에서는 심약한 사람은 아슬아슬한 용기를 붙잡고 심호흡하는 사람도 있었다.운무가 회오리치는 풍광을 바라보며 15분 정도 올라 미륵산 정상에 섰다.전일 비가 왔지만 11월에도 여름처럼 날씨가 더웠다.

 

다도해의 섬들,박경리의 묘소,통영 시내와 조선소들,그리고 전일 잠을 잤었던 통영 마리나 등 제법 먼 곳까지 보인다.비가 온 후라서 구름이 빗겨 간 곳의 시정거리는 길었다.

 

통영의 미륵산은 예로부터 미래의 미륵부처님이 내려오는 곳으로 믿어져 온 곳이다.높이 461M로 통영에서는 가장 높고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다.정상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장관이다.다도해 한려수도의 작게 보이는 섬들이 바다 위에 흩뿌려져 있는 모습이다.

 

이번에 동료직원들과 여행을 해보니 여행도 급수가 있는 것 같다.여행을 왔으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뭔가 새롭게 보려고 노력해야 하는데,버젓이 안내판이 서 있는 명소도 그냥 지나치고 빨리 내려가 버렸다.케이블카가 끝나는 지점에서 정상까지는 15분 밖에 안 걸리는데, 어떤 직원들은 다음 기회에 정상을 밟자며 더 이상 올라가지 말자고 한다.이것은 팍팍한 스케쥴로 동료직원들도 마음의 여유가 없어져 나름대로 배려의 갑옷으로 무장해보지만 자신도 모르게 포기의 유혹에 쉽게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대부분 성격은 예민하면서도 쉽게 놓아버리는 이중성을 보인다.그래서 은연 중 스스로 피곤함의 소굴로 들어간다.

 

나의 경우 10개월간 수험생활을 하며 급격히 체력이 약화되더니 지난 10월에 제대로 앓아누웠었다.결국 시험 포기와 약봉지가 떨어지지 않는 1개월의 시간을 보냈다.지금은 병치레의 후유증이 남았지만 대체로 움직일만 하다.그래도 완벽하게 나은것은 아니라서 정신적,육체적으로피로감이 남은 상태다.모든 성가신것에 대해서는 무력감으로 회피하고 싶고,걷기 보다는 앉고 싶고 앉기보다는 눕고 싶다.그러나 그럴수록 몸은 더 망가지는 법이다.

 

아름다움은 어느 곳이든 있지만,아무에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아름다움은 "앎"이자 "앓는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앓지 않고 아는 아름다움은 없다.특히 통영에서는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어서 마냥, 그리고 계속 편하고자 하는 인간의 속성을 자극할 수가 있다.그래서 통영여행은 조심해야 한다.

 

병나서 누우면 신체는 더 약해지고,새로운 병을 불러들인다.그래서 되도록이면 일어서고 걸어야한다.걸으면 산다.앓으면서도 걸어야한다.그런 이후에만 어디로 걸을 것이며 어떻게 걸을 것인가하는 물음이 다가오는 법이다.

 

 

 

횟집에서 식사를 하는 도중 비가 내린다.빗소리도 운치가 있어 듣기 좋은데,단합을 한다고
비를 뒤로 하고 술기운에 통영 마리나 인근 컴컴한 나이트로 들어간다.자연의 음악은
모데라토로 달릴즈음 인간의 음악소리는 알레그로 디 몰토(allegro di molto)로 될 수 있는대로
빨리 달린다.

 

광란의 밤은 지나고 비온 후 포구는 산책하기 좋은 느낌으로 다가온다.푸른바다빛을 깨쳐
세상을 푸르게 물들였다.


 

아침식사를 한 후 차로 10분거리의 미륵산은 운무로 가득하였다.케이블카 창문으로 보이는
케이블카의 움직임이 하늘에서 흰구름 타고 내려오는 에니메이션의 한장면 같았다.

 


케이블카가 없었다면 미륵산의 의미에 대해서 깊이있게 느끼고,이산에 대하여 제대로 산행을 하며
좀더 깊게 추억을 새겼을 것이다.케이블카 설치로 아주 쉽게 오르도록 넛지(nudge)효과로 이끄니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은 오히려 신성한 미륵산을 영혼 없는 미니어처로 격하시켜 버렸다.

 

이렇게 산을 오르면 어떻게 영성靈性이 깃들겠는가?

 

케이블카에 내려서 산 정상으로 가는 산길도 운무로 가득하다.저 너머 미래사 절집도 운무에
갇혀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바람이 불때마다 구름은 빠르게 이동하고 지엽적으로 점차 맑아진다.
그 터진 운무사이로 보이는 풍광이 실로 예쁘다.뒤늦게 올라온 직원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정상에 오르니 변화무쌍하던 구름이 오히려 좋은 날씨라는 느낌이 든다.


 

11월에 낼모래면 입동이건만 여름처럼 더운 날씨다.비 온 뒤라 습도는 당연히 높아서
땀을 흘리기에 좋은 조건이다.특히 전날 과음을 했으니 땀이 금새 몸을 감싼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듯 지혜가 줄탁동시(茁啄同時)가 되면 좋으련만
항상 신체의 본능은 땀흘려 체온을 낮추는 것조차 먼저 알고 있는 모양이다.

 

미륵산 정상에서 부감되는 다도해의 모습을 보면 정지용 시인의 글에 공감된다.

 

“통영과 한산도 일대 풍경 자연미를 나는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
우리가 미륵도 미륵산 상봉에 올라 한려수도 일대를 부감할 때 특별히 통영포구와
한산도 일폭의 천연미는 다시 있을 수 없을 것이라 단언할 뿐이다.…” (정지용 산문 ‘통영5’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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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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