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노전암)지극한 마음으로,내일은 또 다른 시작하는 날

- 언제 : 2011.11.6(일) 09:00~18:00
- 얼마나: 2011.11.6 10:00~12:00
- 날 씨 : 비
- 몇 명: 30여명
- 어떻게 : 한국의 산하 영남가족 정기모임
▷천성산 익성암-노전암-익성암~뒷풀이:"천성산 가는 길"

 

지난 올해 10월은 무술월로 달 자체가 괴강이었다.괴강의 사전적 의미는 북두(北斗)의 제 1성을 말하는 괴(魁)와 북두를 말하는 천강(天罡)에서 강(罡)을 따와 합친 말이다. 그 작용은 극귀(極貴), 대부(大富), 극빈(極貧), 대재(大災) 등 극단의 기운을 만든다.그리고 의미있는 죽음이 세번 있었다.애플의 스티브잡스와 리비아의 카다피가 죽었다.애플의 아이폰이 확산되었고 아이폰에 의한 페이스북,트윗터로 아랍권의 민주화가 촉발된 점을 생각해보면 IT의 혁신이 40년 철권통치도 무너뜨린다는 측면에서 세상의 이치가 무섭다.잡스가 카다피를 간접적으로 죽이는데 일조한 느낌이다.그리고 무엇보다 산악인 중 세계의 큰별이 떨어졌다.

 

8,000M 이상 14좌를 등반한 우리나라 산악인 엄홍길,박영석,한왕용,오은선,김재수 5명 중 박영석은 전 세계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유일한 산악인이다.산악그랜드슬램 [mountain grand slam]은 한 산악인이 세계 8,000m급 14좌(座)와 7대륙 최고봉, 세계 3극점을 모두 등반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단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집요함이 글랜드슬램 달성이라는 금자탑을 쌓았고,바로 그 정신이 그를 죽음으로 몬 것 같다.내일은 또다른 시작하는 날이었던 그는 그랜드슬램 보다 더 높은 하늘로 가셨다.나약한 현대인들과 비교해보면 그분은 자연에 대해 순수했고 지극한 마음과 고도로 단련된 신중함도 자연의 가혹함에 희생이 되었다.올해 49살이었다.

 

그러한 급류같은 10월을 보내고 나니 나는 이제 단풍지는 11월을 맞아 정신적으로 차분하게 되돌아보고 싶었는지 모른다.내가 산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어찌 고산등반을 하는 산악거인들의 마음을 알수 있겠는가? 나에게 산은 그저 발견의 장소로 느끼고,산비탈을 여행하며 나의 내면 깊숙한 곳으로 깊이 파고 들어갈 뿐이니...특히 그런 장소로 조용한 암자는 얼마나 좋은가? 특히 오늘처럼 보슬비가 내리는 날엔...마음의 찌꺼기들을 씻어내기 좋은 날이다.

 

 

주섬주섬 등산복차림으로 챙겨입고 내려오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래층 아주머니가
"비가 오는데 산을 가느냐"고 묻는다.이런 날일수록 산에가면 볼 것이 많다고 둘러댄다.

 

한국의 산하 영남가족 정기모임이 있는 날이다.근 몇년간 일정이 겹쳐서 참석하지 못했는데
다행히 올해는 참석할 수 있었다.익성암 앞에 주차를 하고 반가운 얼굴들과 오랫만에 인사를 하고
일행은 천성산 산행에 나선다.나는 아직 발의 상태가 온전치 못하여 슬슬 노전암까지 우중출사를
하기로 하고 일행들과 뒷풀이때까지 헤어졌다.혼자 노전암으로 가면서 많은 생각들이 교차한다.

이곳은 용연리이다.龍淵은 용의 연못이라는 의미라고 보면 나는 지금 용의 긴 몸이 누워있는
계곡을 따라 머리쪽으로 향하는 느낌이다.

 

노전암으로 가는 길은 계곡으로 따라 오르면 된다.몇번의 좌우굴곡으로 산길이 꺽이지만
일정한 리듬이 느껴지는 산길이다.

맞은편 좁은 산길을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단풍과 어우러지며 숨은 그림찾기를 한다.
적당한 바람에 비가 흩날려 카메라 렌즈에 물방울이 묻는다.계곡의 물살이 급해지니
암자에 다가 선 모양이다.

 

드디어 집의 모습이 보인다.그 집을 돌아서니 노전암이다.노전암에서 한참을 쉬었다.
부처님께 절 삼배면 스무가지 반찬에 점심공양상을 준다는 천성산 노전암이 바로 이곳이다.


노전爐殿은 원래 불교 용어로 "노전(爐殿)은 부처에게 올리는 공양(불교에서 식사를 높여 부르는 말)
을 짓는 곳이다.대웅전과 그 밖의 법당을 맡아보는 사람의 숙소"라는 의미도 있다.
역시 노전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도량 한켠엔 무수한 장독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극한 마음이 읽혀진다.

 

爐라는 글자가 용연의 용의 여의주같은 느낌이난다.산이 빙 둘러쳐져 화로 속에 대웅전이
있는 느낌이다.화로의 불화火는 양기운을 의미한다면 이곳 비구니스님들이 대웅전을 잘
관리한다는 의미일까? 스피커로 들려오는 비구니스님의 목소리는 쇳소리가 나는 철성鐵聲으로
특색이 있다.아마도 능인주지스님이리라.


 

개 한마리가 경남 시도유형문화재 제202호 대웅전 앞에서 평화롭다.
조주의 화두가 오버랩된다."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민화에서나 본듯한 개와 까치는 의외로 잘 어울린다.도망가지도 않고...
개에게도 불성이 있는 모양이다.


 

다시 익성암 주차장으로 돌아와서 스티브잡스의 전기를 읽으며 시간을 보낸 후
한국의 산하 뒷풀이에 참석하였다.

 

"온라인 정보교류는 넓게,그리고 오프라인 모임은 깊게 가져 갔으면 좋겠다."

 

오늘은 승속 구별없이 무엇이든 지극한 마음으로내일은 또 다른 시작하는 날이라는 생각으로
나아가야함을 배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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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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