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소나무 아래 그늘진 곳에서 자라 강장제로 사용되는 퍼플 라벤더 빛깔의 맥문동



- 언제 : 2013.8.15 04:00 ~11:30
- 얼마나: 2013.8.15 06:36~08:00
- 날 씨 : 안개 낀 후 맑음
- 몇 명: 홀로
- 어떻게 : 자가SUV이용
▷상주 화서면-상주 화북면

 

 

 

 

나흘전 부산에서 세종시까지 원거리 운전을 하여 아직 여독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8월15일 광복절 공휴일이다.전날은 Net-fi 설정 문제 때문에 시작된 몰입이 오늘 새벽 1시까지 이어져 결국 3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홀로 차를 몰아 상주로 3시간을 달린다.

 

상주 화서면에서 일출을 맞는다.일출은 언제나 특별하다.등산을 할 때도 특별한 감흥이 있었지만 사진을 찍은 이후 일출의 의미는 더 커졌다.혼자 보기 아까운 장면이었다.그러나 나도 상주 화북면 맥문동 군락지로 가는 도중에 보는 바람에 별로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삼각대를 펼치거나 그라데이션 필터를 꽂을 사이도 없이 바라보아야했다.

 

풍경사진이나 여행사진은 언제 좋은 장면이 나에게 다가올지 알수가 없다.또한 그 시간도 찰나처럼 지나간다.시선이 이르지 못하면 지나치기도 한다.시간이 촉박하여 막사진을 찍었다.아직은 내공 부족을 느낀다.

 

 

 

 

 

 

 

보라색은 귀족의 색깔이라고 했던가? 빨강색과 파란색을 적당히 섞으면 나오는 색이다.
뜨거운 가슴의 빨강색과 냉철한 머리의 파란색을 섞어 놓은 듯한 이 색깔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한참을 들여다 보게 하는 마력이 있다.

 

서양의 라벤더(lavender)는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자라서 꽃과 식물체에서 향유(香油)
즉, 향기나는 기름을 주목적으로 한다.식물이름이 라틴어의 'lavo' 또는 'lavare(목욕하다)'에서 연유
했으니 어원을 보면 사용 용도에 추측이 간다.


반면에 동양의 맥문동 [Broadleaf Liriope, 麥門冬] 은 그늘진 곳에서 자란다.나중에 뿌리를 한약재로
사용하는데 맥문동이라는 이름도 뿌리에서 시작된 것이다.소염·강장 ·진해·거담제 및 강심제로 이용한다.
한국·일본·중국·타이완 동북아시아 쪽에 많이 보인다.맥문동이란 이름은 생긴 것이 굉맥(澱麥)과 같아서
또는 보리와 비슷한 수염뿌리가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같은 보랏빛 꽃이 피지만 라벤더가 햇볕은 받은 꽃의 기름을 사용한다면
맥문동은 그늘에서 자라 뿌리를 한약재로 사용한다는 점은 서양과 동양만큼 서정적인 유사성이 느껴진다.

특히 맥문동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인 소나무 아래서 자란다면
그 고혹적인 빛깔과 함께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래서 왕복 6시간의 운전을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맥문동 군락지로 가는 도중 상주시 화서면에서 일출을 맞는다.
중첩된 산사이 햇볕이 강하게 스며들며 산그리메를 보여주는데 운무가 드리워져
예쁜 그림을 만들어준다.산 아래 농로는 흡사 만작된 국궁의 활의 모습 혹은
나르는 학의 모습이라 더 정겹다.지금 이순간 이 장면을 바라보는 것은
나와 노란 달맞이꽃 뿐이다.

 

아.름.답.다.

서부진 화무득이니 내 실력 모자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상주 맥문동 군락지: 경상북도 상주시 화북면 상오리 567]

 

초록빛 소나무,보랏빛 맥문동꽃과 잠자는 잠자리와 함께 하는데 묘령의 여성이 화각으로 들어온다.
수많은 사진사들의 원성이 자자한데 나중에 알고보니 모델은 그대로 있어도 좋은데,
그 여성 모델을 찍는 사진사 한분이 거의 같이 따라다녀서 그 자리에서 나와달라는 주문이다.

 

그 두사람의 신원을 출사 후 나중에 알았지만 사진사와 모델은 부부지간이며 나도 아는 분이었다.
부부가 이 정도면 제법 부창부수인 편인데,보랏빛 맥문동과 초록 소나무와 어울리도록 그 중간톤인
파란색과 한국정서에 어울리는 흰옷을 같이 입었으니 
그 옷 색상을 갖춰입은 센스도 훌륭하다.

 

사실 소나무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라면 맥문동의 보랏빛 꽃을 제외하면 그 모습은 거의 난초의 
형상에 가깝다.
한복을 입지는 않았지만 한국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한 색상에 현대적인 옷으로 
크로스오버한 이 부부는 시종일관
이슈의 중심이 되었다.

 

모델은 전문모델 못지 많은 포즈를 취해준다.그기에 자세히 보지 않아서 몰랐지만 함께한 닉네임 "엔젤똥"은
평소엔 루이뷔똥 만큼이나 명품의 아우라를 냈지만 오늘은 그 원성으로 그냥 "똥"이 되었다.

나에겐 제수씨는 뒷배경일 뿐이고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 잠자리가 더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엔젤똥은 용감했다.그 많은 원성으로 수명연장의 꿈을 이룩했음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종횡무진 솔밭을 누비며 영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보면 부부가 한사람은 사진사가 되고 한사람은 모델이 되어 찍으러 왔는데
그냥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이 모델과 함께 붙은 부부사진사를 나가라고 했으니
엔젤똥 입장에서는 더 황당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더 수명연장의 꿈을 더 이어가기 바라며 부부간 즐거운 좋은 추억을 쌓아가기 바란다.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닐 마음의 사치일지라도 오늘은 그대로 이 부부 용감하게 예쁘다.
다만 한사람은 태양의 라벤더가 되었고,한사람은 그늘의 맥문동이 되었다.
맥문동이 몸에 좋듯이 "똥" 또한 유기천연비료가 된다.오늘 정말 "엔젤+똥"의 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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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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