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비지리.태화강 대공원)습사무언(習寫無言)이나 피빛꽃을 보고 양귀비가 살아 돌아 온 듯 현기증이 난다.

 


- 언제 : 2013.5.25  01:30~12:20
- 얼마나: 2013.5.25 03:40~ 10:20
- 날 씨 : 황사낀 운무 이후 10시 이후 햇볕
- 몇 명: 10여명
- 어떻게 : 자가SUV이용.여행사진의 모든 것 클럽 번개출사 동행
▷경주 비지리-삼릉-태화강 대공원
 

 

 

 

전일 활쏘기를 하는데 5발 중 4발이 관중되고 아깝게도 단 할발만 약간 못미쳐 떨어졌다.화살 1순은 5시이고 5시가 모두 관중되면 "몰기"라고 한다.특히 처음 하는 몰기를 "초몰기"라고 하고 사람에 따라서 1개월만에 하는 경우도 있고 1년이 지나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한발한발 아주 신경을 곤두세워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만 가능하다.약간의 방심이나 혹은 더 잘해보겠다는 마음자체가 평상심을 훼손하여 몰기가 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그래서 주위사람들도 습사무언으로 가만히 지켜만 본다.잘해라고 격려도 하지 않는다.부담을 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습사무언(習射無言)은 뜻 그대로 화살을 쏠 때는 침묵을 하라는 것이다.활은 침묵의 도인이다.시위가 묵묵히 화살을 밀어내듯 사대에 선 한량은 입을 다물고 오직 활과 화살(궁시弓矢)에만 정신을 집중하여야한다.그래서 언출여전이라는 말도 생긴지 모른다.

 

언출여전(言出如箭) 말이 나올 때는 화살 같아서
불가경발(不可輕發) 가벼이 말해서는 안된다.
일입인이(一入人耳) 한번 사람 귀에 들어가면
유력난발(有力難拔) 힘이 있어도 빼내지 못한다

 

화살을 쏠때의 "쏠 사(射)"자나 사진의 "베낄 사(寫)"모두 한글로는 "사"라고 쓴다.사실 사진을 찍을 때 사용하는 샷(shot)는 총기의 발사,발포와 유사하다고 볼때 화살을 쏘는(shot)것과도 관련이 깊다.

 

사진 출사(出寫) 또한 습사(習寫)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다.오직 기후와 내가 처해 있는 여건을 따져서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야만 한다.새벽1시 30분에 출발하여 새벽 3시반에 도착해보니 컴컴한 가운데 말소리만 들린다.오늘 하루만이라도 입다물고 자리를 잡아 습사무언(習射無言)이 아닌 습사무언(習寫無言)에 충실해 본다.

 

 

 

 

 

여명이 밝아오지만 기온과 습도가 높아서 점점 안개가 더 짙어진다.
앞에 보이던 산마저 산그리메가 묻혀 버린다.


 

아침은 밝았으나 태양은 보이지 않는다.
서로를 알아보는 시각이 되어 인사를 하였다.

날씨 상황이 사진찍기엔 좋지 않아서 빠른 후퇴 결정을 내린다.

 

 


 

 

 

 

 

삼릉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상황은 여전하다.일단 아침식사를 한 후 울산의 태화강 대공원으로 향한다.
꽃양귀비(개양귀비)를 심어 지천이다.보랏빛 수레국화도 많이 심어놓았다.

잔털이 없는 양귀비는 마약성분 때문에 불법이고 잔털이 많은 개양귀비는 관상용으로 합법이다.

 

나는 양귀비꽃을 바라보면 항상 안사의 난으로 38세의 나이에 자결한 당 현종의 양귀비가 떠오른다.
원래 양귀비는 당 현종의 며느리였음을 감안하면 아마도 치명적인 매력이 있었던 모양이다.

 

 

백거이의 장한가를 보면 치명적인 매력의 양귀비는 권불십년 자결로 마감되는 모습을 상상 할 수 있다.

 

서쪽으로 도성 문 백여 리를 나오더니. / 어찌 하리오! 호위하던 여섯 군대 모두 멈추어서네 /
아름다운 미녀 굴러 떨어져 말 앞에서 죽으니 / 꽃비녀 땅에 떨어져도 줍는 이 아무도 없고, /
비취깃털, 공작비녀, 옥비녀마저도. / 황제는 차마 보지 못해 얼굴을 가리고 /
돌아보니 피눈물이 흘러내리네. 

 

 

불법의 양귀비꽃은 마약성분 때문에 치명적임을 알고 있지만 꽃양귀비는 붉은색의 섹시의 절정의 빛깔로
그러한 꽃이 무리지어 있을 때 느끼는 느낌은 당나라의 양귀비가 살아돌아온 듯 현기증을 느낀다.


피빛과 유사한 꽃 빛깔을 보노라면 그 치명적인 빛깔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다.

누런 보리밭 사이에 드문드문 피어있어도 그 빛깔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정도로 선명하게
색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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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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