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례면 시례리)효와 예의 360여년 광주안씨 집성촌 마을


- 언제 : 2012.12.15 14:00~16:20
- 얼마나: 2012.12.15 14:44~15:15
- 날 씨 : 안개
- 몇 명: 홀로
- 어떻게 : 자가SUV  
▷김해군 진례면 시례리(하촌,상촌,신기마을)

 

 

 

나에겐 외가집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지금은 돌아가시고 안계시지만 외할머니가 있고 낮은 토담과 기와지붕들,고목과 비석 그리고 감나무와 가죽나무(참죽나무)들이다.아마도 내가 우리나라 전통과 관련된 문화에 관심을 두게 된 것도 외가덕택으로 생각한다.

 

국민학교(초등학교) 시절 여름방학엔 외가에 자주 놀러갔었다.푸른 단감나무와 고구마를 먹을 수 있었던 것도 새롭다.특히 상투 튼 어르신들의 생경한 모습과 그 마을이 광주안씨 집성촌이어서 마을이 모두 친척들이라서 집집마다 찾아 뵙고 절을 했던 기억이 난다.

 

문득 그 시절이 그리워서 무작정 찾아 가보았다.예전보다는 많이 바뀌었지만 그 분위기는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마을입구 시례리 이정석 아래 하촌,상촌,신기마을이 보인다.
하촌마을에 보이는 소나무 군락지와 반효자와 조효녀 정려비는
이곳이 양반으로서 예절을 숭상하는 효와 예의 고장임을 알려준다.

 

 

 

 

 

상촌마을은 한마디로 웃마을이다.아랫마을은 하촌마을이고
가장 위쪽에 있는 신기마을은 어릴적엔 위에 있어서 신기하다고 신기마을이라고 했는데
사실은 가장 나중에 마을이 형성된 새터(新基)임을 마을이름에서 알 수 있다.

 

그래서 차를 몰고 마을로 들어오면 처음에 하촌마을이 있고 위로가면 상촌마을 그리고
좀더 위로가면 신기마을이 양갈래 산세속에 놓여있다.

 

 

상촌마을은 조선시대 임진년 조일전쟁이후 광주안씨 상호군파의 김해 시거조(始居祖) 
안경지공이 함안에서 이곳으로 옮겨와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돌담과 토담으로 이루어진 골목길 너머로 조상을 기리는 재실과 사당이 즐비하다.

정겹게 까치밥도 남겨두었다.

 

 

상촌마을에는 괴목인 홰나무 두그루가 있다.안경지의 두아들 훈정공 대진과 지정공 대임형제의 
효성이 깊고 우애가 돈독하여 심었다고 한다.쌍수훈지(
雙樹塤箎)라는 글씨가 보인다.

 


훈지정箎亭이라는 재각을 짓고 후손들이 효와 예를 본받고 있다.훈지라는 용어는 요즘은 생소한 말이다.
"훈
塤"은 질나발 훈으로 중국에서 질로 구워서 만든 악기이 한가지로 요즘의 오카리나와 비슷한 악기다.
"지箎"는 피리로 관악기의 한가지다.오래 묵은 대통에 다섯구멍을 뚫어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훈지는 아마도 내가 유추하여 해석할 때 두 형제의 우애가 돈독하여 두사람의 관계가
훈지처럼 좋은 소리(좋은 영향)가  이어지라는 의미로 붙인 것으로 보인다.

 

시비의 글씨를 천천히 읽어본다.

 

"옛터의 두나무 울창히도 푸르러
남아있는 선조의 손길이 느껴웁고나
시례의 마을모습 아름다워졌으라
형제간의 화목한 집안 지금껏 좋을시고
빽빽한 잎사귀로 생긴 그늘 쉴 만도 하고

봄되어 연이은 가지아래 즐겨마시겠네

영원한 명성 왕씨에게 묻노라

삼괴당 뒤에 쌍괴정이 있다오."

 

 

 

 

槐는 홰나무 괴로 요즘말로 하면 느티나무다.느티나무 두그루면 쌍괴가 될 것이고
그래서 쌍괴당이라는 이름도 보인다.


그러나 지금은 홰나무 한그루만 보인다.아마도 처음엔 세그루를 심어 삼괴가
되었으나 이후 쌍괴가 되고 지금은 현실적으로 독괴가 되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어찌 그 정신이 홀로 흐려지겠는가?

여기서 시례촌詩禮村이라는 글자도 보인다.

 

 

 

 

 

 

예전엔 볼 수 없었던 어린놀이터 시설도 보이고 신기마을 뒤로는 감나무 과수원이 보인다.

 

 

 




국민학교 시절 한번은 가을에 외가에 갔더니 너른 마당에 빨래줄을 쳐놓고 뭔가를 벌겋게
고추장에 담근 후 말리는 것을 보았다.그것이 가죽나무(참죽나무) 자반이었다.
어릴땐 "까죽짱아찌"로 부르기도 한 가죽자반은 고추장 양념에 숙성시킨 후 말려 먹으면
짭쪼름하면서도 달달했던 기억이 난다.

 

어릴때 먹은 기억으로서는 좀 강하면서 고풍스런 맛이었다.
요즘은 구하기 힘든 전통음식중에 하나로 보인다.

 

 

담 너머 보이는 "까죽나무"가 옛 추억을 되살리게 만든다.
아! 옛날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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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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